[Cover Story]아모레퍼시픽 서성환 100년 |1924-2024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는 한국의 ‘미의 역사’다. 세계 최초 인삼 화장품인 ABC크림(1966년)을 선보인 후 진생 삼미(1973년)와 설화수(1997년)로 이어지는 역사를 썼다. 오설록은 국내에 차 문화를 확산시킨 주역이다.
공장, 식물원, 아카이브…아모레 뷰티파크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모레뷰티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아카이브 전시.
창업자인 고 서성환 선대회장의 1950년대 모습
아모레퍼시픽 팩토리 투어는 팩토리, 원료식물원, 아카이브 순서로 진행된다. 1층 팩토리 스테이션에는 화장품 제조·포장 공정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월이 있다. 2층 팩토리 아카이브에서는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 설립 초기부터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3층 팩토리 워크에서는 다양한 제조·생산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식물로 역사를 말하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
화장품 재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는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은 18개의 주제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1640여 종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식물원 입구 마당에는 150년 된 향나무가 있다. 서 선대회장이 특별히 아끼던 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다. 다음은 이 회사를 대표하는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있는 시원(始園). 아모레퍼시픽은 서 선대회장의 어머니인 고 윤독정 여사가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던 개성의 ‘창성 상점’을 모태로 한 기업이다. 차 나무도 이 기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 선대회장이 제주의 척박한 땅을 사들여 녹차 밭으로 일궈낸 것은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기업인의 집념이었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은 곳곳이 비밀의 정원이다. 침엽수원에 들어서 오솔길에서 만나는 편백나무와 구상나무는 제주의 곶자왈에 온 느낌을 준다. 암석원도 지형과 식재가 제주 오설록 티하우스 뒤편의 경사지와 흡사하다. 삼지구엽초, 눈개쑥부쟁이, 깽깽이풀….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우리 풀들이 땅을 포근하게 덮고 있다.
정원 조경은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와 박승진 디자인스튜디오 로사이 대표가 맡았다. “1970년대 초 독일에 가든 쇼를 보러 갔는데, 온통 우리나라 꽃 천지였다. 정작 국내에서는 꽃 취급도 안 하는 꽃들이 어엿하게 ‘코리아’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우리 꽃이 중요한지 모르고 외국 꽃만 찾던 게 민망했다. 식물을 향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아모레퍼시픽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좋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정 대표)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은 과거 수원 사업장에서 이식해 온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들로 과거의 기억을 재생하는 공간이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 식물 중에서 뽕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등 키 큰 교목을 비롯해 산수유와 매화나무 같은 과수들, 구기자와 닥나무 등 키 작은 관목들을 섞어 심었다.” (박 대표)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의 비밀의 정원은 맨 마지막에 있다. 정원 갤러리다. 유리 통창을 통해 멀게는 자작나무 숲, 가까이로는 연못이 펼쳐진다. 연못에 연밥이 떠다니는 풍경이 꼭 오리가 헤엄치는 모습 같다. 여름에는 이 연못이 연꽃으로 가득 찬다.
아모레퍼시픽의 정원들에는 늘 물이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건축을 맡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 5층의 야외 정원에도,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인 티스톤 옆에도 네모난 연못에 물이 찰랑거린다. 아모레퍼시픽, 그전의 태평양화학공업사라는 사명(社名)에도 가장 큰 바다(태평양)라는 물이 들어있다. 부드럽고 푸른 물의 이미지를 좋아했던 창업자의 꿈은 그렇게 정원에 구현돼 있다.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모레뷰티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아카이브 전시.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모레뷰티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아카이브 전시.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모레뷰티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아카이브 전시.
오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