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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요구 지나쳐”…제주 유명식당 ‘노키즈존’ 된 사연 [e글e글]

입력 | 2024-03-25 15:38:00


노키즈존을 유지하고 있는 팻말이 식당 문앞에 달려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제주도에 있는 한 유명 식당이 아이를 동반한 손님들의 무리한 요구사항 때문에 ‘노키즈존’이 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의 한 식당이 노키즈존으로 바뀌게 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식당은 제주도에서 우럭튀김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2021년 5월 3일부터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공지를 통해 “먼저 대표메뉴인 우럭 정식은 생양파 양념이라 간혹 매울 수도 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매운 음식이라는 빨간 양념 비주얼에 부모님들이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양파를 익혀서 소스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신다”며 “현재 우럭 정식 양념은 미리 제조,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빨갛게 보이지 않도록 간장으로만 소스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튀긴 생선 요리라서 잔가시까지 씹어 드실 수 있으나, 가끔 굵은 가시가 씹힐 경우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아이가 먹어도 될 정도의 튀김을 강요하시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저희 몫”이라고 전했다.

A 씨는 “매일 다른 국을 제공하는데, 일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간을 덜 세게, 덜 짜게, 덜 맵게 해달라고 요구한다”며 “특히 ‘우리 애를 위한 레시피로 국을 다시 끓여달라’는 무리한 요구사항도 있었다”고 했다.

A 씨는 “매일 바뀌는 8가지 반찬 중 아이가 먹을 만한 반찬이 없으면 메뉴에도 없는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조미김, 생김 등을 달라고 한다”며 “많은 요청에 조미김 등을 구비했으나 가게 운영상 무제한으로 제공돼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했다.

우럭 튀김으로 유명한 해당 식당의 음식.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면서 “부모들이 편한 식사를 위해 다른 손님들의 의견 존중 없이 키즈 채널을 고정할 것을 요구한다. 뜨거운 음식이 오가는 와중에도 아이들을 방치한다”며 총 6가지 노키즈존 운영 사유를 전했다.

A 씨는 다만 현재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면서도 “손자, 손녀를 두고 있고 아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입장으로 향후 노키즈존을 언제 끝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연을 들은 누리꾼들은 “처음 노키즈존으로 전환됐을 때 식당 측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사연을 듣고보니 진상 엄마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이해가 됐다”, “어른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 가서 아이 음식을 만들어 달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사장님이 구구절절 이렇게 이유를 대신것을 보면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유지하는 이유로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가 68.0%로 가장 많았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