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러시아 정부가 22일 모스크바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최소 137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을 붙잡아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24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들에게 끔찍한 고문을 자행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4명은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이다.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와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삼시딘 파리두니(26),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는 테러 혐의로 기소돼 24일 모스크바 법원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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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법원에 출석한 용의자들은 얼굴이 모두 피투성이로 멍이 들어 있었다. 특히 라차발리조다는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소설미디어에 게재된 영상에는 이들이 잔혹한 고문을 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 러시아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라차발리조다의 귀를 절단해 입에 물리는가 하면, 파리두니가 전기고문을 받은 듯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있기도 했다.
심각한 중죄를 저지른 용의자들이긴 하나, 러시아 정부가 재판도 받기 전에 고문부터 저지른 것으로 보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은 가장 높은 곳에서 지시가 내려온 게 분명하다”며 “증거가 있고 그걸 확보했다면, 당국은 왜 이들을 고문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