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가 푸틴 통치 체제 취약성 드러내 미국 경고 있었지만 무시…사건 뒤 배후설 제기 서방·정적에만 능력 소진…그 외 안보 기능 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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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국가인 러시아에서 20년 만의 최악 테러가 발생하자 통치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러시아 정치구조가 서방과 갈등에 골몰하면서 내정에 한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2017년 푸틴 대통령은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승리를 선언했지만, 지난 22일(현지시각) 무장 괴한 4명이 수도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무차별 총격과 폭발물 투척을 막지 못했다.
미국 대사관이 러시아 당국에 테러 위험성을 미리 경고했지만, 테러를 막지 못한 점도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러시아 측에 미국이 사전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묵살한 점은 체제의 안보 기능이 무너져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영방송 RT 마가리타 시몬얀 편집장은 “미국이 경고한 것은 그들이 공격 준비에 참여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이 하필 테러 발생 5일 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반(反)서방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도 러시아 안보 기능이 오로지 서방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서방에 골몰한 러시아 안보·정보 기능이 그 외 안보 위협 대처 실패를 낳았다는 것이다.
테러 발생 뒤 침묵으로 일관한 푸틴 대통령은 하루 만에 TV 연설에서 “무장 괴한 4명을 포함해 11명을 체포했다”며 “그들은 숨어서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려고 했다. 예비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그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이 지목한 배후이자 스스로 범행을 자처하는 이슬람국가-호라산(ISIS-K)이 아닌 우크라이나로 비난의 화살을 돌린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우크라이나 개입설을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우크라이나를 연루시키려는 푸틴 대통령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분석가와 전직 미국 안보 관료, 러시아 엘리트는 이번 공격이 푸틴 대통령의 전시 체제의 취약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면고 전했다.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6월)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의 반란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정권은 위기 상황에서 나약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어려운 순간에 항상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의 ‘강한 지도자’ 모습이 위기 상황에는 항상 부재하다는 것이다.
전직 미국 고위 정보관료는 “올림픽과 같이 매우 주목받는 공개 행사나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우가 아니면, 심각한 보안에 대비하는 러시아의 경계는 항상 낮다”라며 “이 같은 종류의 위협에 초점을 맞춘 정교한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러시아는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만해도 137명, 부상자는 182명으로 부상에서 사망으로 전환하는 숫자는 추후 늘어날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