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이마트. ⓒ News1
이마트가 1993년 창립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해 창사 후 첫 적자를 내는 등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56)의 승진 이후 이뤄진 첫 인적 구조조정으로 ‘사업 효율화’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사내게시판에 희망퇴직 실시를 공지했다. 근속 15년 차 이상의 수석부장~과장급 인력을 대상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월 기본급 40개월 치인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 원을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전직지원금도 직급별로 최대 3000만 원까지 준다.
이마트는 폐점을 앞둔 서울 중랑구 상봉점과 충남 천안시 펜타포트점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초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예전에는 문을 닫는 점포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했지만, 이와 다른 조치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이마트 직원 수는 지난해 2만2744명으로 전년 대비 1100여 명 줄었는데, 올해 추가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실적 부진에 빠진 이마트가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722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46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2011년 신세계 대형마트 사업부문에서 독립한 이후 첫 적자였다. 여기엔 이마트가 지분 70.5%를 가진 신세계건설이 1800억 원대 대규모 적자를 낸 게 결정적이었다. 이마트 자체 영업이익 역시 작년 18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었다.
시장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트렌드가 바뀌면서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은 지난해 이마트 매출을 추월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도 한국 내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며 추격하고 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승진한 정 회장이 승진 첫날부터 계열사 CEO들과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회의를 열었던 것도 강력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정 회장 승진 나흘 뒤 각 계열사 실적에 따라 수시로 임원을 교체하겠다는 발표도 내놨다. 신상필벌 인사 제도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실적난에 빠진 그룹 계열사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를 시작으로 인력 감축 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오픈마켓 업체 11번가는 지난해 말에 이어 두 번째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만 35세 이상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엔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2021년 상반기(1~6월)에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후 추가로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