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꽃(복사꽃). 한자로 도화(桃花)라고 쓴다. 사주에서는 통상 남성의 경우 여성편력, 여성의 경우 성적(性的) 기운이 센 것으로 묘사되어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여 왔다. 동아일보DB
사람들이 많이 가는 점을 보러 가는 집은 크게 2가지 계열입니다. 하나는 신점(神占), 말그대로 신이 점괘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접신한 무당 등이지요. 또 다른 하나는 사주팔자 입니다. 태어난 연월일시 네 기둥(四柱)에 해당하는 여덟 글자(八字)로 운명을 점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자년 을묘월 병술일 정축시 태어났다면 이 8글자의 음양(陰陽) 그리고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의 생(生)하고 극(克)하는 관계를 보고 운명을 점칩니다. 원류를 따지자면 역사가 길고 길지만 현재 사주팔자를 해석하는 방식은 송나라 초기의 서자평(徐子平)을 원조로 꼽습니다.
서자평은 인간살이의 키워드로 4가지를 꼽습니다. 인(印) 식(食) 관(官) 재(財) 입니다. 사주팔자의 생과 극을 따져 인간관계를 보면 1.생아자(生我者) 즉 나를 살리는 것은 부모입니다. 인(印)은 도장 혹은 은혜로 해석됩니다. 2.아생자(我生者) 즉 내가 먹여 살리는 것은 자식입니다 3.극아자(克我者) 즉 나를 통제하는 것은 관살(官煞)이라고 불렀습니다. 말그대로 관직에 있는 사람입니다. 4.아극자(我克者)=즉 내가 통제하는 것을 처재(妻財)라고 불렀습니다. 妻財는 부인이나 재물이지요. 이 두가지를 반열에 놓고 있습니다.
한국 명리학계의 빅3를 꼽으라면 자강(自彊)이석영(李錫暎․1920~1983), 도계(陶溪) 박재완(朴在琓․1903~1992), 제산(霽山) 박재현(朴宰顯․1935~2000) 세 명을 꼽습니다. 이 가운데 명리학의 동의보감이라 불리는 이석영의 사주첩경에서는 도화살을 어떻게 풀이했는가를 보겠습니다.
“도화살이 생년월일 가운데 월(月)에 있으면 후처(後妻) 소생이요, 일(日)이나 시(時)에 있으면 자신이 연애를 심하게 하거나 혹은 작첩(첩을 둔다)하고, 또 시(時)에 있으면 기생 레지 빠걸 등 화류계 여성과 인연이 있게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남자를 중심으로 풀이했지만 여성의 경우 직접적으로 기생 등 화류계에 몸담게 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살이 워낙 많아 책에 따라 수십가지를 논하여 왔지만 도화살은 아직도 많이 거론되는 살 중에 하나입니다. ‘한권으로 완성하는 사주학’(김광일,박영창 공저)에서는 도화살을 한번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도화살은 간사하고 음란한 것을 뜻하므로 주색을 좋아하여 쾌락을 위해서라면 가산을 탕진하고 사기꾼의 성질이 있고 도박과 유흥을 좋아하며 간음하기를 좋아한다. 도화살이 연지(年支) 또는 월지(月支)에 있으면 원내 도화, 시지(時支)에 있으면 장외 도화라고 한다. 원내도화는 관성에 해당되면 귀하고 착한 사람이며 장외도화는 바람기가 있고 천하게 된다”
이런 도화살은 자신인 일지(日支)에 인오술(寅午戌) 일 때 묘(卯), 신자진(申子辰) 일 때 유(酉) , 해묘미(亥卯未) 일 때 자(子) , 사유축(巳酉丑) 일 때 오(午)가 있으면 해당됩니다. 혹시 어디서 받아둔 자신의 사주를 한번 펴놓고 보시면 어디에 해당되는 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도화살도 다른 신살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간지와의 형평에 따라 좋은 경우도 많으니 도화살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참조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도화살 직업이 연예인입니다. 요즘 아이들 장래 직업 최상위 하나가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이지요. 그래서 사주에 도화살이 많으면 기분 나빠하기 보다는 매우 좋아하고, 그렇게 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흉살이 아니라 정반대인 길신(吉神)의 의미로 더 많이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혹시 사주팔자 봤을 때 도화살이 나와도 기분 나빠할 필요 없습니다.
역(易)과 음양(陰陽) 오행(五行) 등 동양철학의 진리는 우주 만물은 변한다는 것이니 세월이 흘러 여성 남성의 지위가 변하고 도화살의 의미가 변하는 것이 오히려 진리에 가까운 것입니다. 남녀를 둘러싼 명리학 이론의 현대적 재해석이 나올 때입니다. 벌써 나왔어야 할 때입니다. 이왕이면 중국 일본보다 현대명리학 이론연구가 활발한 한국에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