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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지현]선거철 되니 또 전 국민에게 돈 나눠주자는 이재명

입력 | 2024-03-25 23:42:00

김지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또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고 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보다.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합니다.” 그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자”고도 했다. ‘금사과’에 ‘금파’까지, 물가에 분노하는 민심을 겨냥한 공약이다. 이 대표가 돈을 나눠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솔직히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려면 13조1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전 국민 5132만 명에게 25만 원씩,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300만 명에게 10만 원씩을 준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이 돈을 ‘새 발의 피’, ‘푼돈’이라 했다. 그는 이날 송파구에선 “윤석열 정권이 그동안 퍼준 부자 감세,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인 선심성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드는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고, 영등포에선 “13조 원은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에 팁이라도 주듯 “아, 이 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참 돈 나눠주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자기 돈이 아니라서 문제다. 그가 중앙 정치판에 등판한 뒤로 대선과 총선 등 선거철마다 전 국민 지원금 이슈가 되풀이되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4월과 2021년 1월,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경기도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1인당 10만 원씩을 나눠줬다. 그걸로 뜨더니, 대선 때는 ‘기본소득’을 공약하며 전 국민에게 연 25만 원을 시작으로 임기 내 100만 원까지 주겠다고 했다.

대선에서 떨어진 뒤에도 그의 선심성 돈 풀기 공약은 이어졌다. 다만 코로나 때는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란 점을 망각한 듯하다. 그는 작년엔 전국 4인 가구에 최대 100만 원씩 난방비를 나눠주자며, 이를 위한 7조5000억 원을 만들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정유사들로부터 ‘횡재세’를 거둬들이자고 했다. 이 대표의 추경 요구는 지난해에만 3차례, 무려 30조 원 규모였다. 예산 집행 권한은 어차피 정부에 있기 때문에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최선인 거다. 결국 자기가 책임지고 주지도 못할걸 말로만 먼저 생색내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이재명이 주도하는 현금 살포 전략에 질질 끌려다녔다. 이재명이 난방비를 풀자고 하면 여당 5선 의원이 “전 가구에 3개월간 10만 원씩 주자”고 가세하는가 하면, 시의원들까지 나서 정부에 돈을 풀라고 압박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여론 눈치를 보다 하루 늦게야 “무책임한 현금 살포 공약”이라고 뒷북 공격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포퓰리즘 경쟁에서 밀리기는 싫었는지 돌연 ‘무상 대학등록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줏대도 없고 전략도 없는 여당이 이재명이 또 쏘아 올린 퍼주기 경쟁에 이번에도 휘둘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