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부동산 시장 크게 흔들려 주수입원 수수료 1조 넘게 줄어 “조단위 충당금 필요” 위기설까지 일부 증권사는 덩치 키우기 나서
증권사들의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 순이익이 1년 새 2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외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그에 따른 투자 손실이 증권사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조 단위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위기설이 돌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60곳의 당기순이익은 5조7960억 원으로 전년(4조4549억 원) 대비 1조 원 넘게 늘었다. 하지만 이는 배당금 등에 기댄 영향으로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 2곳의 일회성 손익(2조2000억 원)을 제외할 경우 전년 대비 20.2% 줄어든 3조5569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9조896억 원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고금리 여파로 재작년에 반토막이 난 데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감소세다.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감소에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부동산 투자 등 국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이 컸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 PF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증권사들의 주요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이 1조 원 넘게 감소했다. 특히 부동산 등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가 1조5619억 원 줄면서 타격을 줬다.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로 인한 대손상각비용 등도 늘었고,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조달 비용이 상승한 것도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줬다.
반면 올해 정부의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 거래대금은 일평균 10조42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7593억 원)보다 34.4%가량 늘었다. 다만, 부동산 PF나 파생상품 등에서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신규 투자를 통해 수익률 만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체급을 높여 대규모 자금 조달의 이점을 확보함으로써 위기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금융당국 등을 상대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자본 3조 원 요건을 곧 충족하는 대신증권도 연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청을 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자칫 부실 키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기에 앞서 기업 금융 확대나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등 내실 다지기를 우선해야 한다”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비용 절감 등에 대한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