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신문과정 고문 영상
24일 러시아 모스크바 법원에 출석한 테러 사건의 용의자들. 시퍼렇게 멍든 얼굴, 귀에 붕대를 감은 모습에서 당국의 잔혹한 고문 정황이 드러난다. 모스크바=AP 뉴시스
“극악무도한 범죄자도 인권은 있다.”
“100명 넘게 죽었는데 일반 범죄자 대우는 무리다.”
24일 러시아 당국이 이틀 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테러를 자행해 최소 137명을 숨지게 한 핵심 용의자 4명을 테러 혐의로 기소했다. 사망자가 143명으로 늘었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나왔다. 다만 10대까지 포함된 용의자들이 심문 과정에서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개된 4명의 얼굴은 모두 심하게 멍들고 부어 있었다. 이 가운데 라차발리조다는 귀에 붕대까지 감은 모습이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러시아 요원이 그의 귀를 자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파리두니가 전기 고문을 받은 듯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진 사진도 등장했다.
용의자 4명 중 3명은 혐의를 인정했다. 일부는 러시아어를 했지만 대개 타지크어 통역이 필요했다. 미르조예프와 라차발리조다는 각각 4명의 자녀가 있었다. 파리두니는 생후 8개월 된 아이를 둔 아빠였다. 이들이 어떻게 테러를 자행했는지, 특히 10대인 파이조프가 어떤 식으로 가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권위주의 통치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잔혹한 고문을 통해 용의자에게 “우크라이나가 테러 배후”라는 진술을 강요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지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 지시가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온 게 분명하다. 테러 증거가 있고 확보했다면 왜 고문이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