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 최소 137명 사망 유럽서 IS 테러 시도 잇달아 적발… 佛 “이슬람극단주의 지속적 위협” 유럽 무슬림 인구 5000만명 넘어… ‘2등시민’ 취급 받아 불만 커져 反무슬림 여론에 극우세력 활개
푸틴 “테러 세력에 최대한 보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이틀 전 테러가 발생한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촛불을 붙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그는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며 강력한 보복을 다짐했다(위쪽 사진). 같은 날 러시아 당국은 테러 용의자들이 건물 벽에 이마를 박은 채 군인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2014∼2015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갖가지 테러로 신음했던 유럽이 또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IS의 분파 ‘IS-K’(호라산)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테러를 저질러 최소 137명이 숨진 가운데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에서도 IS 관련자의 테러 시도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 스페인은 2019∼2023년 적발된 110개 이상의 테러 활동 중 95%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이 있다고 공개했다. 7월 올림픽 개막을 앞둔 프랑스는 24일 테러 경보 체계 총 3단계 중 가장 높은 ‘최고 단계’ 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난민의 지속적 유입, 무슬림의 높은 출생률 등으로 유럽 내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제난과 양극화 등으로 ‘2등 시민’ 취급을 받는 무슬림들이 극단주의에 빠지기 쉬운 토양이 만들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르투갈 등 최근 선거를 치른 유럽 주요국에서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무슬림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것 또한 ‘폭력의 악순환’ 우려를 높인다.
● 獨-佛서도 IS 연계 테러 시도
스페인 국가안보회의(CSN) 또한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IS와 알카에다를 주요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며 “테러, 이슬람 극단주의 등의 위험이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카에다는 2004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인근의 통근 열차 4대에 테러 공격을 가해 193명이 숨지고 2000여 명이 부상당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흉기를 휘둘러 관광객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 또한 공격 직전 IS에 충성을 맹세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란계 프랑스인인 이 용의자는 이미 테러 전과가 있었고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꾸준히 접촉해 왔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이슬람 테러리즘의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시인했다.
IS는 2015년 1월 시사매체 ‘샤를리 에브도’ 테러, 같은 해 11월 파리 바타클랑 극장 테러 등 여러 테러를 자행했다.
●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토양 조성
그러나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백인과의 소득, 교육 격차 등으로 사회 주류에 끼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개의 전쟁 등으로 고물가와 경제난이 고착화한 것도 현실에 불만을 가진 일부 무슬림이 극단주의에 빠지도록 만드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포르투갈, 네덜란드, 핀란드 등 최근 총선을 치른 나라에서는 모두 강력한 반(反)이슬람, 반난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이로 인한 사회 전반의 이슬람 혐오 여론이 일부 무슬림의 극단 행동을 부추기고 이것이 추가 폭력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개의 전쟁, 미중 패권 갈등에 따른 신(新)냉전 구도 등으로 주요국이 과거만큼 테러 위협에 대처할 여력이 부족해졌고, 장기화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범에 대한 최대한의 보복을 다짐한 것 또한 ‘피의 악순환’ 우려를 높인다. 호주 시사매체 컨버세이션은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정권은 테러 시 폭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잔혹한 보복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국가가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때보다 자제력과 책임감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