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다시 희망으로]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 밀알강서점에서 일하는 소희 씨(왼쪽). 밀알복지재단 제공
“소희에게 장애가 있어 취업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 딸이 직장을 갖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소희 씨 엄마는 아침이 설렌다. 발달장애가 있어 취업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딸 소희 씨가 최근 번듯한 직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소희 씨는 지난해 5월 ‘굿윌스토어’ 밀알강서점에 채용되면서 매일 행복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소희 씨와 장애인 직원들은 굿윌스토어에서 정년을 채워 일하는 것이 꿈이다. 현재 소희 씨가 일하는 굿윌스토어 강서점은 13명의 직원 중 5명이 장애인이며 2025년까지 장애인 직원을 12명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는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쓰지 않는 물건이나 새 물건을 기증받아 판매하고 수익으로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가게다. 장애인들은 월급을 받으며 자립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졸업 후 갈 곳 없는 장애 청년들 위해 힘 모아
1993년 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인 밀알학교를 개교한 밀알복지재단은 첫 졸업식에서 부모들이 기쁨이 아닌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성인이 된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학교 졸업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모들은 절망했다. 이에 밀알복지재단은 장애 청년들의 직업 재활 필요성을 절감, 굿윌스토어를 시작했다.
2011년 1호점(밀알송파점) 개점 시 장애 직원 30여 명으로 시작된 굿윌스토어는 현재 전국 28개 지점, 장애인 직원만 380여 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굿윌스토어는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통해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장애인 고용 및 직업 재활 모델임을 증명하고 있다.
굿윌스토어의 장애인들은 기증받은 물건을 분류하고 손질하는 작업을 하며 월급을 받는다.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장애 직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근무 환경을 조성해 장애인 사이에서는 가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힌다. 10년 넘게 장기근속한 장애인 직원도 다수다. 지난해 3월 진행된 굿윌스토어 밀알도봉점 10주년 기념식에는 장애 직원 24명이 10년 장기근속패를 받기도 했다.
전국에 100개 굿윌스토어 열어 1500명 장애인 고용하는 게 목표
밀알복지재단은 올해 굿윌스토어 밀알백석점을 포함해 총 12개 지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우리금융미래재단과 MOU를 체결하며 속도가 붙었다. 장기 목표는 2033년까지 100개 이상의 굿윌스토어를 오픈하고 장애인 약 1500명에게 일자리를 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물품 기증이다. 시민이나 기업에서 기증해주는 물품 없이는 굿윌스토어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매장이 더 확대되는 만큼 더 많은 물품이 필요하다. 이에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는 전국에서 상시 물품 기증 후원을 받고 있다.
굿윌스토어에 기증할 수 있는 물품은 다양하다. 의류, 잡화, 생활용품, 도서, 소형 가전제품 등 재사용 가능한 물품이면 무엇이든 기증할 수 있다. 가까운 굿윌스토어 기증센터나 기증함을 통해 물품을 기증할 수 있으며 굿윌스토어가 있는 지역은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방문 수거가, 굿윌스토어가 없는 지역은 택배를 통한 택배 수거가 가능하다.
최근엔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보호와 자원 순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개인의 물품 기증이 더 활발해졌다. 물품 기증 캠페인인 ‘굿사이클링 캠페인’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기증 참여를 확대한 굿윌스토어는 해당 캠페인으로 2022년 기준 약 1677만 점의 물품을 재순환해 3만5210t의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현재와 같은 굿윌스토어의 성장은 ESG를 실천하는 기업들의 협업과 선한 일에 동참하길 원하는 개인들의 물품 기부 덕분”이라며 “굿윌스토어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외연을 확대해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정당한 월급을 받으며 행복하게 일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