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대기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매년 봄 미국 고위 국방 관료들은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한다. 올해는 존 애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일라이 래트너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더 복잡하고 위험해지는 안보 환경을 발언했다.
애퀼리노 사령관은 “중국, 러시아, 북한이 국제 규범에 도전하고 권위주의를 진전시키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이 없다면 이들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s)들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반해 행동할 것”으로 우려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겸 카네기멜런대 초빙학자
다행히 세 당국자 모두 한국 및 다른 동맹, 파트너들과의 협력 속에 미국의 역내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인상적인 조치들을 제시했다. 애퀼리노 사령관은 미군이 동남아시아, 괌, 호주 등으로 접근성을 강화하며 동북아시아에서 분산된 주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은 확장억지력 강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고 한미일 3국 역시 24시간 북한 미사일 경보 데이터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성화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의원들에게 한미 동맹이 지역 안보의 ‘린치핀’임을 거듭 강조했다. 또 현 병력 수준의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미국의 철통같은 방어 공약을 뒷받침하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한반도로 진입하며 싸우는 것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미 관계는 새로운 차원에 도달하고 있다. 워싱턴선언, 한미 핵협의그룹(NCG), 차세대 핵심 및 신흥 기술 대화에 이르기까지 한미는 깊고도 광범위한 전략적 조율의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한미일 3국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회담 및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주요 7개국(G7) 플러스와 주요 20개국(G20) 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최근 한국에서 개최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으로 확연히 체감된다.
다만 이런 성과들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치에 의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많은 미국인이 글로벌 개입을 줄이고 국가안보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미국이 더 안전해질 것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연대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도전은 이 같은 관계에 갑작스러운 변화나 심지어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이후에도 한미 동맹 격상이 지속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세계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고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국내 정치와 국제적 컨센서스 부족으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한미가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위해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온 만큼 성과가 미흡하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