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6일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차전 방문경기에서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9분 이강인(오른쪽에서 네 번째)의 도움을 받고 골을 넣은 뒤 이강인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한국이 태국에 3-0으로 승리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달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멱살잡이 다툼을 벌였던 손흥민, 이강인이 골을 합작하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화해했다. 한국 축구대표팀도 월드컵 최종예선을 향해 순항했다.
황선홍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맡은 축구대표팀이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방문경기에서 이재성, 손흥민, 박진섭의 연속 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이 후반 9분 골을 합작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승점 10(3승 1무)을 기록해 이날 싱가포르에 4-1로 승리한 중국(승점 7)을 따돌리고 C조 1위를 지켰다. 태국(승점 4)은 3위. 한국은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1점만 보태도 최소 2위를 확보해 최종 예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골 득실 +11)은 태국(골 득실 -2)에 골 득실에서 크게 앞서있어 남은 2경기에서 연패하고 태국이 2연승 해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날 한국은 21일 경기 때처럼 경기 초반 태국의 압박에 고전했다. 태국의 발 빠른 공격수들이 한국의 뒷공간을 위협했고 킥오프 2분 만에 태국의 윙어 수파촉 사라찻에게 슈팅을 내줬다. 양 팀 통틀어 나온 첫 슈팅이다.
하지만 한국은 곧바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선발 출전한 공격수 조규성을 향해 한국은 수차례 롱패스를 시도했고, 라인을 올려 한국을 압박했던 태국도 롱패스로 뒷공간이 허물어지며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후반에는 축구팬들이 기대하던 ‘이강인 도움, 손흥민 골’이 나왔다. 후반 9분 페널티지역 정면 앞에 있던 이강인이 왼쪽에 있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했고 손흥민이 상대 수비를 제치고 왼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의 슈팅은 태국 골키퍼의 다리 사이를 지나며 골이 됐다. 손흥민이 골을 넣자마자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달려갔고 둘은 진하게 포옹했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46호 골로 통산 득점 2위에 자리하고 있는 황선홍 감독(50골)에 4골 차로 다가섰다.
닷새 전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공세를 펼쳐 동점골을 만들어 냈던 태국은 이날 추가골을 내준 뒤 힘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한국은 계속 태국을 압박했고 후반 37분 박진섭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박진섭은 6경기 만에 데뷔골을 성공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더운 날씨, 어려운 환경에서 선수들의 헌신으로 좋은 경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 기분이 좋다. (팬들이) 분명히 보셨을 거다. 한 팀으로 멋진 경기를 했고 무실점 승리를 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에 대해 손흥민은 “축구를 하다보면 서로 승부욕이 강한 나머지 다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인 선수는 제가 이전에도 수없이 말했던 것처럼 한국 축구 이끌 선수가 확실하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5000만 국민들이 행동 하나하나를 본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면 좋겠다. 오랜 만에 (이강인을) 끌어안았는데 정말 귀엽다. 앞으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