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에체 호모’ 등 196점 선보여 인간 모습 속 깃든 예수의 수난 담아 7월까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조 화백은 인간의 자기 고뇌와 실존의 의미를 화폭에 담아낸 추상 화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목포교육대, 공주교육대, 미국 휴스턴대, 성신여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또 신앙인으로서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부회장을 지내며 한국교회 성미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19회 가톨릭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조 화백 선종 후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유작을 성신여대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 나누어 기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박물관에 기증된 196점이 선보인다. 대부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로 자화상인 ‘에체 호모’ 시리즈 등 생명의 근원과 궁극에 대한 조 화백의 탐구가 담긴 추상화 등이다.
고 조영동 화백의 ‘자화상’.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제공
에체 호모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요한복음 19:5)는 뜻. 가톨릭 미술에서는 온갖 수난으로 얼룩지고 처참한 모습을 한 예수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쓰인다. 조 화백은 생전에 미술인인 동시에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실존을 작품에 담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아내와 딸을 먼저 잃은 내면적 고통, 인간으로서의 한계, 슬픔과 외로움이 닥칠 때는 물론이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창작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조 화백의 에체 호모 안에는 미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하느님의 아들, 고통 받는 주님의 종인 예수의 자화상이 숨어 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