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의 최고 조력자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던 공연장 테러 용의자들이 테러 직후 원래 벨라루스로 오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간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도주했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한 러시아의 주장과 배치된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간)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테러 발생 수 분 내에 러시아로부터 보고를 받아 국경 태세를 강화했고, 우리 국경으로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지한 테러범들이 ‘방향을 틀어’ 우크라이나 국경쪽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테러 발생 후 “테러범들이 사건 직후 곧장 우크라이나를 향해 도주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뒀다”고 주장한 것과 완전히 배치된다.
다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테러 발생 후 24시간 동안 푸틴 대통령과 잠도 자지 않고 연락을 지속했고,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벨라루스 국경을 봉쇄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고도 했다.
앞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분파 ‘IS-K’(호라산)는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하고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도 이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별다른 증거도 없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중 러시아 남서부에 위치한 브랸스크에서 검거된 점을 들어 꾸준히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브랸스크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 모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