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존 음성인식 실제 써보니
카니발에 최초로 적용 신기술… 지향성 마이크 네 개 활용해
발화자 찾아내 ‘타깃 서비스’… “제네시스에도 적용할 것”
“헤이 기아. 엉따(엉덩이 따뜻하게) 해줘!”
기아의 ‘카니발’ 2열 우측 좌석에 앉아 있던 도중 문득 봄바람이 아직 좀 쌀쌀하다고 느껴져 ‘엉따’를 요청해봤다. 대화할 때 정도의 평범한 데시벨(dB)로 말했는데 카니발은 차량 내 음악과 서너 명이 내뱉는 잡담 소리를 뚫고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곧바로 열선시트 작동 버튼에 노란색 불빛이 들어오며 엉덩이가 따뜻해졌다. 별로 춥지도 않은데 무슨 ‘엉따’냐 눈을 흘기던 동승객의 좌석도 혹시 같이 뜨거워진 것은 아닌지 살피니 그렇지는 않았다. 어느 좌석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발화자를 귀신같이 찾아내 2열 우측 열선시트만 작동시킨 것이다.

27일 서울 서초구 시내에 주차된 기아 ‘카니발’ 신차에서 2열 우측에 앉아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가 “헤이 기아. 트렁크(테일게이트) 열어줘”라고 요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1열에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이를 인식하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노재근 현대차그룹 책임연구원은 “차량 내부 음악이나 영상 음원은 마이크에 입력되지 않도록 하거나, 주변 대화나 주행 소음을 분리하는 기술을 적용했다”며 “차량 내에서 90dB 크기로 6시간 동안 미디어가 재생되는 도중에 멀티존 음성인식의 오인식은 2번만 발생해 인식률이 약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발화자의 요청에 맞춰 테일게이트가 열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다만 앞좌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다른 기능이 작동되는 도중에 2열에서 음성명령을 시도하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멀티존 음성인식은 카니발 신차의 시그니처 트림(4252만 원)과 그래비티 트림(4405만 원)에 기본 옵션으로 장착돼 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