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연구개발(R&D)에 있어 글로벌 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나 탄소중립 등 글로벌 이슈 대응뿐만 아니라 국가전략기술 확보를 위해서도 이제 글로벌 R&D는 필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첨단바이오 분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관과 함께 연구하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가 본격 출범한다. 또 유럽연합(EU) 최대 연구개발 지원사업인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 협상 타결로 유럽과의 공동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격 상승과 함께 연구자들의 역량이 높아진 만큼, 외국에서도 어느 때보다 우리와의 협력에 적극적이어서 글로벌 R&D 확대의 호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글로벌 R&D 예산을 3배 이상 늘리고, 지속적으로 관련 제도를 손보고 있다. 특히 국가적 지원을 위해 작년 말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글로벌 R&D 시스템 혁신 △국내 연구자의 글로벌 역량 강화 △글로벌 스탠더드의 연구 생태계 조성 등을 담은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 결과 2월 27일 오후 2시에 열린 첫 회의에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다른 정부위원회와는 달리 해외 위원도 있다 보니 독일에서는 오전 6시, 미국에서는 밤 12시에 화상으로 참여한 것이다. 그럼에도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계속됐다. 우리 과학기술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염려, 그리고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글로벌 R&D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정부의 노력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문제를 걱정하고 환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외국의 최고 연구기관이 우리 손을 잡아줄지, 자칫 일방적 예산 지원만 하는 것은 아닌지, 연구성과를 외국에 넘겨주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투자가 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실제 연구활동을 꼼꼼히 점검해 혈세로 지원하는 글로벌 R&D가 우리의 실익에 부합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실력 있는 연구자들이 해외 연구자들과 함께 한계를 넘어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특위를 통해 민관이 꾸준히 소통하며 관련 정책을 다듬어 나감으로써 연구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