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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표성 있는’ 의료개혁특위부터 구성해 증원 논의하라

입력 | 2024-03-27 23:57:00

서울 시내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3.25. 뉴스1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진료 거부 의사들의 행정처분을 유예하고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총리가 주재한 26일 의정 회의는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 교수 대표가 불참해 ‘반쪽짜리’로 끝났다. 오늘은 가톨릭대, 성균관대가 추가돼 서울 소재 8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 선거에서는 의대 정원 축소를 주장하는 최강경파 후보가 당선돼 사태 해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의정 간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도 못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의료계를 대표해 의정 대화에 나설 협의체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해 한 목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개원의 중심인 의사협회는 대학병원 교수들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의대 교수들도 단체가 둘로 나뉜다. 전공의들은 “우리는 교수들에게 중재 요청을 한 적 없다”며 교수들의 대표성을 부인한다. 정부가 각기 다른 단체와 개별적으로 대화해 봐야 모두 다른 얘기들을 하는데 어떻게 합의를 도출하겠나.

정부는 의료계가 직접 책임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고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구다. 의료계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가 없어 전공의 진료 거부 사태가 한 달이 넘도록 협상 창구 단일화를 못 하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선 현재 준비 중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조기에 출범시켜 의대 증원에 관한 협상 권한을 일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 개원의와 의대생, 정부와 환자단체 등 의료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 대표들로 특위를 구성해 의료인력 수급 전망을 하고 적정 의대 증원 규모를 제안하면 정부가 이를 토대로 의대 증원 정책을 확정 짓는 것이다.

처음부터 대표성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한 후 정책을 추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의대 증원 규모부터 불쑥 발표하고 의료개혁특위를 구성하겠다니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됐다. 이제라도 이해당사자 모두가 인정하는 회의체를 구성해 책임 있는 논의를 거쳐야 그 정책이 권위를 갖게 되고 불필요한 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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