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료 어려워 환자 발생 꾸준… 1962년부터 정부 관리 체계 도입 지난해 국내 발생 1만 명대로 감소 질병청, 지난해 3차 종합계획 세워 환자 여건 고려한 맞춤 관리 강화
어르신들이 정부 지원 무료 결핵검진을 신청하는 모습. 2011년 5만491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결핵 환자는 지난해 2만 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지난해 4월 전남 무안군에 거주하는 황종일 씨(48)는 밤마다 심하게 기침을 했다. 인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감기약을 복용했지만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두 달 후 함께 사는 지인이 결핵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황 씨는 ‘혹시 결핵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결핵 전문 병원인 국립목포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황 씨는 결핵 판정을 받고 이튿날 바로 입원했다.
황 씨는 매일 오전 6시 결핵 약을 복용하고 1시간 후 아침 식사를 한 다음 가벼운 운동을 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황 씨는 “처음 입원했을 땐 숨쉬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씨는 다음 달 퇴원한다.
● 국내 결핵 환자 여전히 1만 명대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핵 환자는 전년 대비 4.1%가 줄어든 1만9540명이었다. 이 중 1만5640명은 신규 환자이고 나머지 3900명은 재발 및 재치료 환자 등이다. 결핵 환자는 2011년 5만49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12년 연속 감소세다.
결핵은 예방과 진단, 치료 모두 까다로운 질병으로 꼽힌다. 평생에 걸친 긴 잠복기간과 성인용 백신 부재로 예방이 어렵고 복잡한 진단검사로 결핵 판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또 6∼20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보니 환자가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결핵 발생률 2위, 사망률은 4위를 기록했다.
● 60여 년에 걸친 국가 결핵 관리 성과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발생 결핵 환자가 1만 명대로 감소한 것은 60여 년에 걸친 결핵 관리 사업 덕분이다. 정부는 1962년 보건소를 중심으로 결핵 관리를 시작했고 1968년 결핵예방법을 제정해 환자 규모를 줄여왔다. 2000년에는 전산을 통한 결핵 정보감시체계를 구축하고 2007년부터는 결핵 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의료기관에 결핵관리 전담 간호사를 배치해 치료까지 철저하게 관리 중이다. 2013년에는 결핵역학조사반을 만들어 추가 전파를 차단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결핵 안심벨트를 통해 취약계층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 “2027년 발생률 10만 명당 20명 이하로”
지난해 3월 질병청은 ‘제3차 결핵관리종합계획’에서 예방, 진단, 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고 2027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10만 명당 20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정부는 병원과 협력해 복약 상담, 확인 등 환자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취약계층 결핵 환자들에겐 따로 보건·복지 서비스와 연계해 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할 경우 결핵이 지역사회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여러 지원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질병청은 고령층을 비롯한 고위험군과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하며 ‘결핵 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발생 결핵 환자 중 65세 미만 환자는 8231명으로 전년 대비 9.4% 감소했으나 65세 이상 환자는 1만1309명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 전체 결핵 환자 중 고령층 비율은 57.9%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50%를 넘고 있다.
손호준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한국의 결핵 정책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다만 발생 환자 중 고령층과 외국인 비율이 높다는 점 등 극복해야 하는 과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발병률이 높은 대상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결핵 검진 및 잠복결핵감염 예방치료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