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nside Out] ‘제주맥주’ 매각으로 본 수제맥주 팬데믹 기간 ‘집콕’ 타고 인기몰이… 젊은층 하이볼 등 문화 변화에도 편의점 판로만 집착하며 변신 못해… 제주맥주 2년 연속 110억대 적자
‘홈술’ 문화로 인기몰이를 했던 수제맥주가 추락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가 최근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위기론’에 더 불을 지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 독특한 개성으로 승부했던 수제맥주의 몰락은 대체재 급부상과 가격 경쟁에서의 부담, 특이함에 대한 피로감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실적 추락 거듭한 수제맥주
● ‘환경적 영향’ 등에 업고 성장
수제맥주가 2020년 전후로 급성장했던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수제맥주는 팬데믹 기간 ‘집콕’ 트렌드로 큰 수혜를 봤다. 업소용 주류 소비가 급감하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유통하는 가정용 주류 소비가 전체의 70%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들이 대기업 맥주 브랜드 외 다양한 제품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바뀐 주류법도 수제맥주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020년 맥주 주세법이 종가세(출고가에 비례해 세금 부과)에서 종량세(출고량에 비례해 세금 부과)로 바뀌었다. 출고가가 높은 수제맥주로서는 다른 맥주보다 세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주류 위탁생산이 허용되면서 수제맥주는 대량생산까지 가능해졌다. 2019년 하반기(7∼12월)부터 1년 넘게 이어진 ‘노 저팬(No Japan)’ 운동으로 일본 맥주의 대체 수요로 인기를 얻은 것도 한몫했다.
● 자체 경쟁력 확보 실패가 추락 원인
우선 엔데믹을 기점으로 식당에서의 주류 소비가 회복됐다. 집에서의 소비량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위스키를 중심으로 하이볼 같은 ‘믹솔로지(Mix+Technology)’가 젊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큰 매출 성장을 이뤄냈으나 위스키나 하이볼, 와인 등 타 주류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라고 분석했다.
수제맥주가 판로를 편의점에만 몰두한 점이 악수가 됐단 평가도 있다. 편의점의 ‘맥주 4캔 1만 원(현재는 1만2000원)’ 마케팅에 따라 납품단가를 맞추다 보니 ‘고품질’이라는 수제맥주만의 장점을 잃어버린 채 단순히 흥미에만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얘기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제품군 확대와 글로벌 진출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세븐브로이는 지난해부터 젊은층 수요가 몰리는 하이볼 시장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제주맥주를 인수한 더블에이치엠 측은 “중국 등 해외 수제맥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라며 “향후 제주맥주를 글로벌 F&B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라고 밝혔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