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발급 늘며 역할 크게 줄어 2019년 1만1382명→올해 5433명 카드사들, 영업점도 30% 넘게 축소 “노인 등 금융 취약층 소외 더 심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과 요즘을 비교하면 수당이 절반 이상 줄었어요.”
22년간 카드 모집인 일을 해온 A 씨(61)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카드 설계사 업계가 고사 직전”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직접 혜택 등을 비교하며 카드를 발급받다 보니 모집인들의 역할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카드 모집인들이 급감하는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이 본격화하며 카드 발급 트렌드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신용카드 신규 발급 건수가 오프라인을 웃돌고 있다”며 “특히 대부분이 신규 고객인 젊은 세대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직접 혜택을 비교한 뒤 본인에게 적합한 카드를 알아서 발급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카드사들의 순이익마저 줄어들고 있어 모집인들이 더욱 위축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 순이익은 2021년 2조7138억 원에서 2022년 2조6062억 원, 지난해 2조5823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영업점포를 줄여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영업점포는 143개로 2019년 말(206개)에 비해 30% 넘게 줄었다. 카드 모집인은 1인 1사 전속으로 활동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영업점포 감소에 따른 타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빅테크의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도 카드 모집인 급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자사 플랫폼에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할 경우 10만∼20만 원대의 현금성 포인트를 캐시백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카드 모집인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도 규제로 인해 연회비 10% 수준의 경품만 제공할 수 있다. 빅테크의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에 카드 모집인들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일각에선 카드 모집인들이 급감하며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이 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지금도 모집인들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이유로 카드 모집인을 일정 수준 이상은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