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투자 유치경쟁에 대응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보조금 없이 투자 세액공제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이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반도체 투자 유치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국내 투자 유인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7일 ‘제5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회의를 열고 특화단지 입주 기업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이 담긴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 지원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쟁국의 투자 보조금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특화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인센티브를 추가로 확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 보조금 지급도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고 나선 건 반도체 보조금 전쟁이 사실상 ‘국가 대항전’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85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도 경제안정보장촉진법 등을 통해 반도체 투자에 최대 50%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난달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반도체 기업인들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투자 보조금 신설을 건의한 바 있다.
美-日 등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 대응… 첨단특화단지 439억 지원도
정부 “보조금 검토”
업계 “지원필요”… 일부부처 “회의적”
용인 국가산단 예타 면제 방침
한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기보단 투자액의 일정 비율만큼 세금을 줄여주고 있다.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설비 투자액의 15%(대기업 기준)는 세액공제를 해주는 식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마저도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당 법 조항이 연장되지 않으면 세액공제율은 3%로 줄어든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해당 조항의 일몰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업계 “지원필요”… 일부부처 “회의적”
용인 국가산단 예타 면제 방침
국회에도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직접 보조금을 주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정부 지원은 적은 수준이다. 개정안 통과 시 반도체 기업이 국내에 5년간 5조 원을 투자할 경우 공제액은 7250억 원이다. 반면 투자액의 최대 50%까지 지원하는 일본은 같은 조건일 때 2조5000억 원을 지원한다. 일본은 TSMC 공장 2곳을 유치하며 보조금 10조 원을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반도체 업계는 초기 투자에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실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일부 대기업에 그칠 가능성이 커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 내에서도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조금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선 협의한 바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에는 10조 원이 넘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할 방침이다. 특화단지에 바이오 분야도 추가한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두 달간 지방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바이오 특화단지 공모를 받은 결과 인천, 경기 수원 등 총 11곳이 신청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