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3] 용산 “배정 완료” 원칙론 앞세우지만 총선앞 與 ‘유연 대응’ 요청에 고심
서울 시내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3.25. 뉴스1
대통령실과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에서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원칙론’과 ‘유연론’ 사이에서 고심하는 기류다. 특히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의정 대화에 의대 정원 증원을 조정하는 문제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의 의대 증원 규모 축소 요구에 대해 “2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은 완료가 됐다”며 “전제 조건 없이 다시 한번 대화에 나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조정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2000명 증원이라는) 확고한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참고한 3개의 연구 논문이 동일하게 2035년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어 정부가 의사를 결정한 기초가 됐다”고 덧붙였다.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여권과 대통령실의 속내는 복잡하다. 4·10총선을 눈앞에 둔 만큼 대통령실의 유연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앞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2000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증원 규모 재조정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000명을 고집하면 안 된다는 우려가 대통령실로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대통령실에 정원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 유연한 입장을 얘기하는 건 의료계와의 대화 의제를 열어두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라며 “증원 규모에 대한 재논의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의료계가 당연히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화를 통해 의료계를 납득시키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