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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 여성에게 유방암이 유독 많은 이유는?[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입력 | 2024-03-29 03:00:00

[인터뷰]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형태 변화, 흉터 작은 내시경 및 로봇 수술 증가”
“조기 검사, 빠른 진단·진료가 치료 성패 갈라”




김우영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박해윤 기자 

초경이 빠르고 30세 넘어 첫 출산을 하거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의 유방에서 단단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멍울이 만져진다면? 그 즉시 유방 전문의를 찾아가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유방에 생긴 종양이 악성(암)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세계 암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여성 암으로, 전체 여성 암의 24.5%를 차지하며 사망률 또한 15.5%로 가장 높다. 한국의 유방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64.2명으로 아시아 국가 중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여성 암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방암 환자는 지난 20여 년간 약 4배 정도 증가한 데다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공산이 크다는 점. 더욱이 40대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빈도가 서구에 비해 많고, 40세 이하 환자도 2배 이상이라는 사실 또한 걱정이다. 한국의 젊은 여성에게서 유방암 발생이 특히 많은 이유는 무엇이고 최근의 치료 트렌드는 무엇일까. 유방암 진료에 국내 최초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젊은 여성 유방암클리닉’을 개설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유방암센터 김우영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를 만나 답을 구했다.




유방암의 위험인자들

유방은 어떤 조직으로 이뤄지나?



“유즙을 생산하는 종말세관 또는 세엽은 미세한 수출관과 함께 소엽을 형성한다. 20~40개의 소엽이 모여 유선(샘 기관)이 되고 유관에 연결된다. 유관이 모여 유관팽대부를 이루고 유두로 이어져 유즙을 분비한다. 유방의 형태는 유방 뒤의 가늘고 질긴 그물 구조물 ‘쿠퍼 인대’에 의해 유지되는데, 유방 내에 종괴 등 병변이 발생하면 쿠퍼 인대와 연결된 피부가 당겨지면서 유두나 피부조직이 함몰된다.”


유방암의 전형적인 증상은?

“대개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가장 흔한 증상은 한쪽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다. 통증은 없고, 단단하고 모양이 불규칙하며, 만졌을 때 잘 움직이지 않는다. 유방암은 유방의 상부 외측 4분의 1 부위에서 주로 발견된다. 통증은 초기 유방암의 일반적 증상이 아니지만, 한쪽 유방에서 일주일 이상 날카로운 통증이 월경 주기와 관계없이 나타난다면 유방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그 외의 증상은?

“하나의 구멍에서 저절로, 지속적으로 나오는 피가 섞인 유두 분비물이나 피부 또는 유두의 함몰 혹은 궤양이 생길 수도 있다. 피부가 붓거나 오렌지 껍질처럼 두꺼워지면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으며, 이런 때는 유방뿐만 아니라 겨드랑이에서 덩어리가 만져질 수 있다.”

유방암의 종류는?

“유방암은 암세포의 증식이 유관과 소엽에 국한돼 나타나고 기저막을 침범하지 않는 상피내암, 기저막을 뚫고 주변 간질조직을 침범하는 침윤성 유방암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유방암의 원인은?


“원인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들은 알려져 있다. 우선 유방암 환자의 5~10%에서 유전적 소인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 가족력이 있는 여성에게 잦은 검사가 권해지는 이유다. 호르몬과 관련해선 출산 또는 모유 수유 경험이 없거나 30세 이후에 첫 출산을 한 경우,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어 생리를 오래 한 경우, 폐경 후 비만한 여성은 유방암에 더 취약하다. 한쪽 유방에 암이 생기면 다른 쪽에도 발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장암이나 난소암을 앓았던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그 외에 위험요인에는 잦은 음주, 고지방·고칼로리 음식 섭취, 환경호르몬 등이 있다.”


유방암의 치료법은?

“유방암 치료는 발생 연령, 병기, 암의 병리학적 특성, 환자의 전신·심리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내분비 치료, 표적 치료 등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 적용하게 된다. 암이 많이 진행되었거나 특정 항암 약제에 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술 전에 먼저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항호르몬제를 투여하는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하기도 한다.”


수술 치료의 종류는?

“유방암의 수술적 치료는 유방 수술과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로 나뉜다. 유방 수술에는 유방보존술과 유방전절제술이 있다. 유방전절제술의 경우 수술 상처가 유방보존술에 비해 크고 중앙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수술 부위를 유방 밑이나 겨드랑이 쪽으로 옮겨 최소한의 절개만 하는 내시경 및 로봇 수술이 증가하고 있다.”

내시경 및 로봇 수술의 장점은?


“내시경 및 로봇 수술은 고해상도 카메라와 로봇을 이용함으로써 더 세밀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수술 상처가 작고, 최소 침습적 수술이 가능해 미용적 만족도와 삶의 질이 상승한다. 현재 우리 병원은 내시경 및 로봇 수술에 대한 여러 임상시험과 수술 관련 연구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젊은 여성 유방암클리닉’개설


유방재건술은 어떻게 이뤄지나?

“여성은 유방재건술은 크게 인공 삽입물을 사용하는 방법과 자신의 조직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유방암 절제 수술 이후 보존된 조직,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자가조직 재건술은 수술 시간이 길고 어렵지만, 인공 삽입물보다 촉감이 우수하고 다양한 모양에 맞추기가 유리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인의 유방암 특징이 있다면?


“다른 여성 암은 감소하는 반면 유방암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별로는 2019년 40대가 9601명으로, 40대〉50대〉60대〉30대〉70대 순으로 발생빈도를 보인다. 특히 폐경 전 40대의 유방암 발생 비율이 서구에 비해 높으며, 40세 이하 환자도 10.5%로 2배 이상 높은 게 특징이다.”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가 많은 이유는?


“30~40대 여성은 일, 출산, 육아 등으로 바빠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증상이 있어도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생리 시작일 이후 5~7일이 지난 시점에 스스로 유방을 만져 멍울 등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유방 전문의를 찾아가 검사하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젊은 여성의 유방암은 진행이 빠르고 성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젊은 여성 유방암클리닉’을 열었다는데?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암센터에 개설된 이 클리닉에선 젊은(40세 이하) 여성에게 유방암 검사(조직·영상 검사 포함)를 당일이나 입원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 ‘다학제 진료’와 검사 및 치료 시작이 1~2주 이내에 이뤄진다. 일, 육아 등으로 여유 시간이 없는 젊은 여성 환자의 기회비용과 진단 및 치료 전에 생기는 불안 등에 따른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다학제 진료’를 유방암 치료에 도입했다고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암센터는 유방암의 경우 검사, 진단, 치료 과정 등에서 각 진료과의 역할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2009년 국내 최초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유방내분비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등 10개 과 다학제 전문 의료진이 함께 의논해 검사부터 진단, 치료, 재활 및 관리까지 최적의 계획을 세워 환자에게 바로 알려준다. 환자는 여러 진료과를 옮겨 다닐 필요 없이 치료 과정이나 이후 계획에 대한 궁금증을 의료진에게 직접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있다.


‘다학제 진료’는 치료 전, 치료·회복 과정에 필요한 시술 및 관리가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무엇보다 타 병원 대비 치료 시작 시기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다학제 진료’ 도입 이후 매년 10% 이상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환자 만족도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에서도 유방암 부문 모든 평가 지표가 만점이었으며, 4년 연속 1등급을 달성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검증받았다.”


유방암의 전반적 예방법이 있다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인자들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중·강 강도 운동을 하루 30분~1시간 정도 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영철 기획위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