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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영권 분쟁’ 형제가 이겼다…OCI와 통합 무산

입력 | 2024-03-29 03:00:00

임종윤-종훈측 제안 이사진 선임건
주총서 5건 모두 박빙 차이로 가결
지분 13% 개미주주들이 승패 갈라
2400억 상속세, 또 분쟁 부를 여지




2개월간 이어진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한미그룹 모녀가 추진하던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무산됐다. OCI는 형제가 표 대결에서 승리하자 입장을 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 재추진 계획도 없다”고 결별을 선언했다. 한미그룹 경영을 둘러싸고 그룹 회장과 부회장인 모녀와 한미약품 전 사장들인 형제 간에 충돌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제안한 이사진 선임 건 5개가 박빙의 차이로 모두 가결됐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사내이사에 선임된 것을 포함해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사봉관 변호사 등의 이사진 선임 건이 51∼52% 찬성률로 통과됐다.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 9명 가운데 과반인 5명을 형제가 장악한 것이다. 반면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딸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 추천한 이사진은 약 48%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날 주주총회는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는 행사인 만큼 100여 명의 개인주주가 참석해 의결권을 던졌다. 한미와 통합을 추진하던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표결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결과를 예상한 듯 “(이렇게 중요한 일을) 이렇게 (준비 없이) 할 일인가 싶다”며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주총장을 미리 떠났다. 모녀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고 두 형제만 참석했다.

주총 시작 전까지만 해도 모녀 측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약 13%의 지분을 가진 개인주주들이었다. 주총장에서는 양측 편이 갈려 고성이 오갔다. 주총 전날까지 형제가 확보한 우호 지분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 지분을 포함해 약 40%, 모녀 측 지분은 국민연금(7.66%) 지분까지 총 43%였다. 소액주주들은 한미사이언스가 두 그룹의 통합을 위해 신주 발행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을 우려해 통합을 반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한미그룹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총이 끝난 뒤 한미약품은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앞으로도 성원을 부탁드린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OCI홀딩스는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형제의 승리로 우선 사장직에서 해임된 형제가 한미약품 등 그룹사 사장직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녀 중심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격화될 소지도 있다. 임종윤 전 사장은 앞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약품의 생산 제품을 케미컬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확대해 시가총액 50조 원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총이 끝난 뒤 임 전 사장은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번 결과에 속상하겠지만 앞으로 50조 시총을 만들려면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같이 가길 바란다. (OCI와는) 지금처럼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녀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400여억 원 상속세의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임 전 사장이 지분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상속세를 해결할 방안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두 형제가 상속세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모녀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경영권 탈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화성=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