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오전에 운동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점프했다가 떨어지면서 왼쪽 발 뒤꿈치를 디뎠는데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는 생각을 못 했고 인대가 늘어났거나 발목을 삐었는 줄 알았다. 하던 운동을 멈추고 절뚝거리며 집에 왔는데 생각보다 발목이 많이 부어 있었다. 마침 공휴일이어서 며칠 후 정형외과에 가 사진을 찍어 보니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거라고 했다. 아킬레스건 봉합수술은 늦어지면 아킬레스건이 말려 올라가서 수술이 어려워진다는 의사의 말에 바로 입원하고 다음 날 수술했다. 난생처음 해보는 수술, 엄청 아팠다.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이 몰려왔고 진통제를 맞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새 저녁이 왔고 진통제를 한두 번 더 맞고 나서야 아침이 왔다. 아침에 얼굴을 만져 보니 밤새 울었는지 눈가로 하얀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수술 후 밀린 잠을 몰아서 자듯 실컷 잤고 5일 만에 퇴원했다. 전치 8주 진단이 나왔기 때문에 병원에 더 입원해야 했지만 코로나와 의료대란 때문에 더 길게 입원할 수가 없다고 했다. 퇴원 후 집에서 목발을 짚고 생활했는데 양손으로 목발을 짚어야 하니 혼자 컵 하나, 숟가락 하나 옮기기가 힘들었다. 집 안에서조차 목발을 짚고 생활해야 했고 깁스를 한 채 잠을 자야 했다. 답답해서 잠시 외출하면 왜 이렇게 계단이 많은지, 평소 15분이면 걸어오는 거리를 목발 짚고 쉬엄쉬엄 걸으니 55분이 걸렸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그렇게 내 허벅지 인대까지 동원해서 재수술을 했고 병실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는데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는 순간 자꾸만 ‘마지막 잎새’가 떠올랐다. 회사 그만두고 일주일 만에 부상 당해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 중이라니.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면 여행 온 사람만 보이고, 시장에 가면 장 보러 온 사람만 보이는 것처럼 병원에 있으면 아픈 사람들만 보인다. 이런 게 쉰 앓이라는 건가? 오십이 된 내 인생, 좀 쉬면서 정기 점검 받고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됐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아픈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재국의 우당탕탕’이라는 이름으로 6년의 시간을 함께했다. 그동안 내가 쓴 글을 읽어 보니 “시간은 금이요, 시간이 약이며, 시간이 답이다” 이 세 문장으로 정리가 됐다. 남은 인생, 모두 행복과 행운이 함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