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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원 문제지 제출받아 유사성 검증… 산으로 가는 수능 대책

입력 | 2024-03-28 23:57:00

실제 수능처럼…학력평가시험 보는 수험생들 2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여고에서 학생들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를 받아 들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향후 출제되는 수능, 모의평가에서 사교육 업체 문항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이의신청을 받고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사교육업체 모의고사와 유사한 문항이 출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능 공정성 강화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사교육업체로부터 문제지를 일괄 제출받아 사전 검증하고, 문항 오류에만 받던 수능 이의 신청을 학원 문제와 비슷하게 출제돼도 받기로 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일타 강사 모의고사 지문과 같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반영해 재발 방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험생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 당국은 당장 6월 수능 모의고사부터 대형 입시학원 등 사교육업체로부터 시중에 발간한 모의고사 등 문제지뿐만 아니라 향후 발간 계획까지 제출받겠다고 한다. 그 내용과 범위가 워낙 넓어 검증이 까다로운 것도 문제지만 사설 모의고사와의 유사성을 피하려다 난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올해 수능도 교과 과정 안에서 출제하고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설 모의고사와의 유사성을 피하면서도, 킬러 문항 없이 변별력을 갖춰야 하는 수능 출제야말로 ‘초고난도’ 문제 아닌가. 더욱이 사교육업체에서는 자체 개발한 문제지를 강제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능 이후 유사성 논란이 커질 공산도 크다. 교과 과정 안에서 다루는 개념은 정해져 있고, 이를 학습했는지 확인하는 문제들은 결국 난이도의 차이일 뿐이다. 수험생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이의 신청이 폭증할 것이다. 만약 이의를 받아들여 문항을 무효 처리한다면 한두 문제로 당락이 좌우되는 대입 특성상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감사원이 지적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문항은 이미 수능 두 달 전에 일타 강사 모의고사에 실린 문제였다. 감사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출제 과정에서 당연히 걸러냈어야 했으나 이를 누락한 경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해당 문제가 출제된 경위는 덮어둔 채 감사원 발표 17일 만에 현실성 떨어지는 대책만 요란하게 내놓았다. 수능 부실 관리에 대한 교육 당국의 자성 없는 이런 면피성 대책으로 수능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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