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격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채용 계획을 그제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 68조 원을 투자하고 8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산업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LG그룹도 2028년까지 5년 동안 국내에 100조 원을 투자하고, 절반가량을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배터리 등에 쏟아붓겠다고 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치며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해외보다 국내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반길 일이다. 앞서 삼성, SK도 2047년까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각각 500조 원, 12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은 청년 일자리 갈증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직접 고용 외에도 국내 부품산업에서 11만8000명의 추가 고용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LG도 3만5000∼4만 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린 기업들의 결단에 대해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화답할 차례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 활동과 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아직 기업들이 체감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51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올해 규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5.0%에 그쳐 지난해 조사(20.1%)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다.
정부는 이제라도 적극적인 규제 개혁과 과감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중대재해처벌법, 경직적 주 52시간 근무제 등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도 이런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한국행을 꺼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 투자의 물꼬를 트지 못하면 저성장 탈출도, 일자리 창출도 요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