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11시간 파업]어제 빗속 출근길 대혼란 시내버스 7382대중 97% 운행 멈춰…지하철 역마다 시민몰려 아수라장 고교 3월 모의고사 피해 학생도…노사, 임금인상률 4.48% 극적 타결
버스차로 ‘텅텅’, 지하철역은 ‘인산인해’ 28일 오전 4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버스 승차장 전광판에 관련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위 사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 시민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 버스노조는 파업 11시간 만인 오후 3시경 협상이 타결되며 파업을 철회했지만 ‘새벽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출근길에 불편을 겪었다. 김재명 base@donga.com·이훈구 기자
28일 오전 8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황모 씨(38)는 “평소보다 20분 일찍 나왔는데도 소용이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4시경부터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출근길 대혼란이 빚어졌다. 파업 시작 11시간 만에 노사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서 오후 3시 10분경부터 전 노선이 정상운행에 들어가 퇴근길 대란은 막았지만 반나절 가까이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 “파업한 줄도 몰랐어요” 울상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출구마다 80∼90명이 길게 줄지어 서기도 했다. 9호선 당산역에서 만난 이모 씨(41)는 “평소 이 시간대는 여유로운 편이었는데 만원 열차에 발도 못 넣었다”며 “출근 시간이 빠듯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이용객 수는 3만3292명을 기록해 전일(2만8139명) 대비 18.1% 증가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 이용객은 12만4250명으로 전일(11만5173명) 대비 7.6% 증가했다.
서울에 비까지 내리면서 택시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역삼역 일대에서 영업 중이던 택시기사 심모 씨는 “기사 경력 10년 만에 이렇게 오전 콜을 많이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수십 초도 안 돼 택시 호출이 밀려와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광화문 도심 일대에선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려는 직장인도 많았다. 파업 사실을 알지 못했던 미국인 관광객 샘 씨(21)는 “10분 넘게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누가 다가와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고등학교는 이날 3월 모의고사를 실시해 피해를 본 학생들도 있었다.
특히 경기·인천 등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불편이 컸다. 서울시 시내버스 파업 노선 중 경기도 진출입 노선은 서울 인접 고양시 등 13개 시 100개 노선으로, 버스 대수로는 2047대에 달한다. 9401번 버스로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 씨(32)는 “평소 3∼5분에 한 대씩 오는 버스가 20분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아 의아해 알아보니 이 버스가 서울 시내 버스라는 걸 알게 돼 서둘러 택시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 임금 인상률 4.48% 극적 합의
노사는 명절 수당 65만 원을 신설하는 내용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서울시가 민간 버스회사에 지원해야 하는 추가 예산은 연간 약 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준공영제란 버스 운행은 각 운수회사가 맡되 운행계획, 운송원가 및 실적관리 등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리게 돼서 죄송스럽다”며 “앞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