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료 2년 남기고 이례적 선제조치 “트럼프 재집권시 협정공백 우려”
지난 2021년 3월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자료사진). 외교부 제공
한미 양국이 시작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조기 협상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문제로 SMA 협상이 영향을 받아 동맹 악재로 비화되거나 협정 공백이 장기화되는 경우 등을 막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SMA 1차 회의를 조만간 하와이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위비 협상 결과는 2026년부터 적용된다.
SMA는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해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항목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정하는 협정이다. 통상 기한 만료를 1년가량 앞두고 개시되는데, 이번 협상은 만료가 2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 이례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한미는 2021년 3월에 2020∼2025년 6년간 적용되는 제11차 SMA를 타결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측이 협상을 먼저 제안했다”며 “과도한 분담금 증액을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폭넓게 고려해 동맹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찍부터 새 SMA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측은 트럼프 정부 당시 11차 SMA에서 협상이 장기간 교착된 상태 등도 염두에 두고 이번에 조기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개시된 11차 협상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과도한 분담금 인상 요구로 파행을 거듭했다. 당시 우리 측은 첫해 방위비 13%대 인상, 매년 인상률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하는 방안 등을 제안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해 1년 3개월간 협정 공백이 생겼다.
우리 정부가 두 자리가 아닌 한 자릿수 방위비 인상률을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분담금 5배 인상을 압박했던 트럼프 행정부 수준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2021년 11차 SMA 협상을 통해 첫해 13%대 인상을 관철시켰다. 미측은 방위비 인상률이 우리 측 국방예산 증가율에 연동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 때 협상이 타결됐지만 당시 미측도 인상률에서 양보한 건 아니었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