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2]여야, 선거법 위반 회피 편법 속출 與비례후보 “둘째칸” 피켓들고 침묵…한동훈 “‘국민’만 찍길” 가이드라인 민주-민주연합 버스, 문구 등 동일…법에 안걸리게 기호는 적지 않아
“기호 1번, 엄지척” “기호 2번, 승리의 V”4·10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들(왼쪽 사진)이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엄지손가락으로 기호 1번을 나타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은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앞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기호 2번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훈구 ufo@donga.com·박형기 기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후보들은 국민의힘 유세장에서 ‘묵언 들러리’ 선거 운동에 나섰다. 다른 정당이나 다른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선거 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88조 규정을 피해 간 것.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비례대표 후보자는 선거운동에서 유세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79조를 회피하기 위해 ‘기호 없는 쌍둥이 유세버스’를 띄웠다. 정치권에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최소한으로 정해 놓은 법적 규정을 거대 양당이 앞장서서 무력화하고 있다”며 “4년 전보다 꼼수가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 한동훈 “‘국민’만 보고 찍어 달라”
이날 국민의미래 비례후보들 역시 이 선거법 조항을 피하기 위해 빨간 점퍼만 입은 채 사실상 ‘묵언 들러리’ 선거 운동을 했다. 이들은 유세차 앞에 서서 ‘국민 여러분 미래합시다. 이번에도 둘째 칸’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했다. 이덕재 후보는 국민의힘 김영우 동대문갑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다가 다른 후보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서 국민의미래 후보들은 유세 현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당직자로부터 “국민의미래 후보들은 국민의힘 유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따라다니면서 피켓만 들고 있으면 된다”는 당부를 들었다고 한다. 한 비례 후보는 유세 후 동아일보와 만나 “그냥 치어리더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시민들은 비례 후보인지, 일반 운동원인지도 모를 것 같다”고 했다.
● 민주당 ‘기호 없는 쌍둥이 버스’ 꼼수
4·10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더불어민주당(위)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공개한 당 버스. 디자인과 문구가 동일한 ‘쌍둥이 버스’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연합은 버스에 기호는 적지 않았는데 이는 ‘비례대표 후보자는 기호가 적힌 유세 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선거법을 피해 가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기호만 없으면 유세차가 아닌 ‘정당 업무 차량’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쌍둥이 버스에 기호 1, 5번을 적었다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기호를 지웠다. 더불어민주연합 관계자는 “이번엔 선관위 유권해석을 미리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꼼수’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각각 기호 1, 3번을 딴 이름의 ‘더 몰빵 13 유세단’을 꾸려 선거 유세에 나선 것도 공직선거법 88조(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세단엔 민주당 공천에서 떨어진 청년 당원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자가 아닌 이는 양당 기호를 활용한 유세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