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출창구.ⓒ News1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 자녀의 새마을금고 ‘11억 주담대’ 논란과 관련해, 금융권에선 과거 금융당국이 대거 적발한 불법 ‘작업대출’과 유사한 형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업자대출을 이용한 대출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더라도 대출 과정에서 자녀를 사업자로 둔갑하거나 서류 위·변조, 불법행위 가담, 직권남용 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정확한 해명이나 당국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사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자료를 요청해 새마을금고의 대출규정이나 양 후보 자녀 사업자대출건의 사실관계를 먼저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만 새마을금고의 감독권한은 현재 행안부에 있어 금감원의 직접검사는 행안부의 협조 요청이 있어야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뉴스1>에 양문석 후보 자녀 거액 대출 논란과 관련해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보여 행안부에 물어보려 한다”며 “일단 새마을금고의 전반적인 대출규정이나 양 후보 자녀가 진짜 사업자인지, 사업성 등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등을 한 번 보려 한다”고 밝혔다. 대출이 이뤄진 정황상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는 만큼 자료 요청 등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 여부를 먼저 파악해 보겠다는 것이다.
양 후보 측은 대출에 편법적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불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새마을금고 측도 대출구조를 봤을 때 사업자대출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부모가 아파트를 딸에게 제3자 담보제공을 했고, 사업자대출은 소득 규제가 엄격하지 않고 당시 70~80%인 담보인정비율(LTV)도 충분해 대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대출 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더라도 대출 취급 과정 등을 미뤄볼 때, 이번 양 후보 대출 건이 지난 2022년 금감원이 대거 적발한 ‘저축은행 작업대출’ 사건과 유사한 형태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작업대출은 대출 직원이나 중개인, 법인 등 ‘작업대출업자’가 대출 자격이 없는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대출액을 늘려주고 주택구입자금으로 우회해 이용할 수 있게 알선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서류 위·변조 등의 불법행위가 빈번히 자행된다.
사업자주담대는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닌 사업자금을 위한 주담대다. 금감원은 사업 외 용도로 대출금이 사용될 것임을 알고도 사업자주담대를 취급하는 행위 자체도 위법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주담대 대환 형식으로 진행된 사업자주담대는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부분 역시 석연찮은 면이 있다. 양 후보가 2020년 11월 집을 처음 살 당시 배우자가 대부업체에서 7억여 원가량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대출을 딸이 대환하려면 배우자가 공동사업자이거나 사업양수도 계약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류 위·변조 등의 불법행위가 있을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양 후보의 자녀 고액 대출에 대해 사기 대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업을 할 생각이 없고, 사업자금을 쓸 생각이 없으면서 사업자등록한 후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했다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양 후보가 새마을금고 측에 정치적 지위를 이용한 압력을 가했다면 직권남용죄도 적용될 수 있다. 작업대출자의 알선에 동조해 대출받은 것이더라도, 대출 당사자는 서류 위·변조 가담 시 단순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또한 대출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새마을금고가 이를 회수하지 않을 경우 배임죄도 성립될 수 있으며, 대출 당사자는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돼 예금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에 제한받거나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