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왕’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2)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 약 15개 월만인 28일(현지시간)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110억2000만 달러(약 14조 원)에 달하는 재산에 대한 몰수 명령도 내려졌다. 이번 사태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등 또 다른 가상화폐 관련 범죄자들에게도 처벌 참고치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이날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뱅크먼프리드는 미래에 아주 나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 위험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25년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40∼50년보다는 짧지만, 최근 미국의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받은 형량 중에선 가장 긴 편이다.
뱅크먼프리드는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날 최후 진술에서도 “내가 내린 결정은 나쁜 결정이었지만 이기적이지는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FTX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부분 자금을 회수했다고 했다. 캐플런 판사는 “끔찍한 범죄를 후회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부모 모두 스탠퍼드대 교수인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뱅크먼프리드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월가에 입문했다. 투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를 설립한 후 2019년 FTX까지 만들었다. 2022년 10월 그가 FTX 돈을 횡령해 알라메다의 기존 부채를 갚고, 바하마 등에 호화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가 드러났다. 한때 기업 가치가 320억 달러에 달했던 FTX는 같은 해 11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