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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은행, 모두 홍콩ELS 자율배상 나서…하나은행 첫 배상금 지급

입력 | 2024-03-29 16:58:00

이달 1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 자율 배상에 나선다. 이로써 ELS를 대량으로 판매한 시중은행 6곳 모두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게 됐다.
시중은행 중에서 ELS 투자자와 협의를 마치고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도 나왔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ELS 배상으로 인해 모회사인 금융지주의 자본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 우려한다.

● 시중은행 6곳 금감원 기준안 수용

KB국민은행은 29일 오전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ELS 손실에 대해 금감원 기준안에 따른 자율조정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만기 손실이 확정됐거나 현재 손실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보호조치를 신속히 실행할 계획”이라며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해 기존 고객보호 전담 부서와 함께 투자자 배상 처리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한은행도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앞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힌 우리, 하나, NH농협, SC제일은행에 이어 KB국민, 신한은행까지 자율 배상에 동참하면서 6곳의 은행이 금감원의 기준안을 받아들이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8조8000억 원이며 은행권의 판매 비중은 약 82%(15조4000억 원)였다. 최다 판매사는 전체의 약 42.5%(8조 원)를 판매한 KB국민은행이었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11일 판매사 및 투자자 책임을 고려해 판매사가 홍콩H지수 투자자 손실의 0~100%까지 배상할 수 있는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기준안에 따라 평균 40% 안팎의 배상이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예상 배상비율(40%)을 적용해 6개 은행의 총 배상액을 약 1조9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 하나은행, 은행권 첫 배상금 지급

이날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일부 투자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27일 이사회 결의로 자율 배상안을 마련한 이후 투자자와의 협의에 속도를 낸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개인 정보 문제로 배상금 지급 규모, 투자자 수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이번 ELS 배상이 은행들의 모회사인 금융지주 수익성, 자본 건전성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 우려하기도 한다.

김경근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ELS 배상으로 인한 손실, 투자자들의 위축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까지 고려하면 수익성은 전년 대비 크게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며 “여기에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까지 고려하면 ELS 배상이 자본 적정성에 어느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