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양승훈 지음/432쪽·1만9800원·부키
‘2021년 기준 1인당 총소득 전국 1위, 하지만 늙은 도시.’
저자는 울산을 이렇게 정의한다. 부유하지만 혁신을 주도할 청년들은 떠나고 장년 노동자와 퇴직자만 넘치는 껍데기 같은 도시. 신간은 ‘대한민국의 산업 수도’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살핀다.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조선소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펴내 주목받았다. 전작이 경남 거제시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울산을 통해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시각을 확장했다.
울산은 공장에서 기름밥, 쇳밥을 먹던 노동자들이 식구를 부양하는 ‘제조업 신화’가 완성된 곳이다. 1962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한 이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이 들어서 현재의 울산을 만들었다. 저자는 “정부와 기업가, 엔지니어, 노동자 모두가 만화 드래곤볼의 ‘원기옥’을 모으는 것처럼 부자 동네 울산의 기적을 써냈다”고 말한다. 일종의 ‘생산성 동맹’이다.
대한민국이 일부 선진국의 제조업 몰락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도시의 역량을 면밀히 평가해 지속 가능한 제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노동자와 기업 간 신뢰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조업 대신 지식기반 경제로 산업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GNP)의 27%를 제조업에 의존하는 나라다. 국가 혁신이 제조업 현장과 동떨어질 수 없는 이유다. 제조업 부흥뿐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 계층 사다리, 젠더 갈등 등 사회학자로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눈길을 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