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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자본주의-민주주의는 영원한 짝일까

입력 | 2024-03-30 01:40:00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마틴 울프 지음·고한석 옮김/656쪽·3만8000원·페이지2북스




1930년대 전 세계를 덮친 경제 대공황 당시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했고, 일본은 군국주의화됐으며, 스페인에선 내전이 일어났다. 저자는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득세하는 지금의 현실도 약 90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체제의 결합으로 인류가 어떻게 번영을 이뤘는지, 자본주의 위기에 따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위협을 받는지를 실증적인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저자는 금융 저널리즘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영국 경제평론가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결혼에 비유한다. 개인의 자유, 평등한 지위, 법치주의 등 공통의 가치관을 지닌 두 체제가 결합해 상호 발전을 이뤄왔다는 것. 그 결과가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까지 40여 년간 이어진 세계적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확산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특히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와 정치 모두에 위기가 발생했다. 지나친 탐욕을 보여 온 엘리트들에 대한 신뢰 상실, 취약계층의 경제적 타격 심화, 중국 등 신흥 제조 강국의 등장에 따른 기존 고소득 국가의 일자리 감소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기대했던 합리적 보상이 불가능해진 현실에 서민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들이 포퓰리즘 선동가들의 먹잇감이 됐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내세운 무역장벽과 외국인 퇴출, 국제 협약에 대한 위협 등이 현실화됐다.

저자는 포퓰리즘 선동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 안전망 확충, 소수를 위한 특권 폐지 등의 이른바 ‘뉴 뉴딜’을 통해 경제와 정치의 균형 상태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와 포퓰리즘 위기에 당면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