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활동이 내달 말로 종료된다.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은 지난 15년간 안보리의 만장일치로 매년 임기를 연장해 왔다. 하지만 28일 안보리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진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되면서 대북 감시체제가 와해된 것이다. 이번 결의안 표결에는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북한과의 불법 무기 거래로 대북제재를 스스로 위반한 상임이사국이 그 위반을 감시하는 기구까지 해산시킨 무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이래 선박 간 불법 환적과 가상화폐 탈취, 사치품 수입 같은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러시아는 이번에 일정 시한이 지나면 효력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제재 일몰 조항’을 넣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전체 대북제재의 무효화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그걸 빌미로 감시기구를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러시아의 대북제재 무력화 의도는 뻔하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용 무기 조달을 위한 북한과의 검은 거래가 들통나자 그런 범죄를 감시·고발하는 전문가패널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실제로 이달 공개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 정황이 관련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담겼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러시아의 행위는 자신의 범죄 행위가 발각되자 증인을 살해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