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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종섭 결국 사퇴… 25일간 헛발질에 상처 입은 한국 외교

입력 | 2024-03-29 23:57:00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어제 결국 사퇴했다. 대사 임명―현지 부임―일시 귀국―사표 수리가 25일 사이에 벌어졌다. 이 대사는 국방장관이던 지난해 7월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으로 고발돼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런 그를 주요국 특명전권대사로 발탁할 때부터 꼬였던 이 사안은 4·10총선을 앞두고 쫓기듯 정리됐다.

이번 인선 헛발질로 인해 우리 외교는 안 입어도 될 큰 상처를 입었다. 논란의 한복판에 있던 그를 대사로 지명하고, 부랴부랴 공수처의 약식 조사만 거친 뒤 출국금지를 해제해 가며 부임시켰고,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한 지 8일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상대국에 대한 결례이자 선진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외교 참사가 아닐 수 없다. 호주 ABC방송도 인터넷 속보를 통해 “한국 대사가 수사를 받다가 부임했고, 한 달도 안 돼 사임했다”는 일련의 과정을 보도했다. 호주 정부와 국민이 한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대통령실은 처음부터 본질을 놓쳤다. 왜 발탁했느냐는 질문에 한-호주 방산 협력을 이유로 댔다. 집권당 총선 후보들까지 아우성칠 정도에 이르자 6개국 방산협력국 대사 회의라는 귀국 핑계를 급조했다. 그 바람에 어차피 4월 말 공관장 회의를 위해 귀국할 예정이던 폴란드 등 5개국 주재 대사가 덩달아 귀국했다. 이 대사의 서울 체류의 정당성을 보여주려는 듯 국방장관 면담, 방위사업청장 협의가 하나씩 생겼다. 어떻게든 유임시키기 위해 최초 실수를 다른 무리수로 막으며 여론의 흐름을 살폈지만,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수해 복구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 상병 사건은 해병대가 1차 조사한 뒤 ‘군 사망사고는 경찰에 이첩한다’는 규정에 따라 넘겼으면 될 일이었다. 그걸 이 대사가 국방장관 시절 결재해 놓고도 이튿날 번복하는 과정에 외부 압력이 작용했는지를 가리는 게 수사의 핵심이 됐다. 이 대사는 단호하게, 또 사실대로 수사받으면 된다. 이와는 별개로 대통령실은 이 모든 과정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의 판단과 이후 조치들이 얼마나 상식과 민심을 염두에 뒀는지 되짚어 보길 바란다. 그럴 때라야 공들여 쌓은 외교 관계에 생채기를 남기는 소동이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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