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어제 결국 사퇴했다. 대사 임명―현지 부임―일시 귀국―사표 수리가 25일 사이에 벌어졌다. 이 대사는 국방장관이던 지난해 7월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으로 고발돼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그런 그를 주요국 특명전권대사로 발탁할 때부터 꼬였던 이 사안은 4·10총선을 앞두고 쫓기듯 정리됐다.
이번 인선 헛발질로 인해 우리 외교는 안 입어도 될 큰 상처를 입었다. 논란의 한복판에 있던 그를 대사로 지명하고, 부랴부랴 공수처의 약식 조사만 거친 뒤 출국금지를 해제해 가며 부임시켰고,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한 지 8일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상대국에 대한 결례이자 선진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외교 참사가 아닐 수 없다. 호주 ABC방송도 인터넷 속보를 통해 “한국 대사가 수사를 받다가 부임했고, 한 달도 안 돼 사임했다”는 일련의 과정을 보도했다. 호주 정부와 국민이 한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대통령실은 처음부터 본질을 놓쳤다. 왜 발탁했느냐는 질문에 한-호주 방산 협력을 이유로 댔다. 집권당 총선 후보들까지 아우성칠 정도에 이르자 6개국 방산협력국 대사 회의라는 귀국 핑계를 급조했다. 그 바람에 어차피 4월 말 공관장 회의를 위해 귀국할 예정이던 폴란드 등 5개국 주재 대사가 덩달아 귀국했다. 이 대사의 서울 체류의 정당성을 보여주려는 듯 국방장관 면담, 방위사업청장 협의가 하나씩 생겼다. 어떻게든 유임시키기 위해 최초 실수를 다른 무리수로 막으며 여론의 흐름을 살폈지만,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