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1] 체포된 유튜버 “부정선거 감시” 주장… 사전투표소 촬영 영상 유튜브 활용도 시민들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겠나” 경찰, 배후세력 여부 수사 나서
경남 양산시 물금읍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KT 통신장비인 것처럼 위장된 카메라가 콘센트에 연결돼 있다. 독자 제공
전국 26곳에 있는 사전투표소와 개표소, 본투표소 등에 무차별적으로 불법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9일 뒤늦게 전국 모든 투·개표소의 불법 시설물 특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실한 사전 관리로 인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의 투표소 관련 체크리스트에는 불법 카메라 점검에 관한 항목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긴급체포된 주범 한모 씨(49)가 2년 전 대선과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온라인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 “단독 범행” 진술… 공범 검거
경남 양산시 양주행정복지센터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경남경찰청 제공
경찰은 한 씨와 같은 차량을 타고 이동한 공범 1명도 이날 경남 양산에서 임의동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씨는 70대 남성 1명과 차량으로 양산 일대 6곳 중 4곳을 함께 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 긴급 점검을 통해 파악한 결과 서울과 부산, 경기, 울산 등 전국 26곳에서 불법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나 배후 세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 씨는 체포 당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조사 내내 “단독 범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공범은 없고 본인 혼자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양산시 덕계행정복지센터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경남경찰청 제공
● “민주주의 정통성 훼손한 범죄”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직장인 이민정 씨(27)는 “불법 카메라가 나왔는데 안심하고 비밀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며 “특정 통신사 기기를 위장한 수법이라니 투표 당일에 보이는 모든 기기나 비품을 미심쩍게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 범죄가 벌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승복할 수 없는 선거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근거 없는 의혹과 불신을 퍼뜨리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우리 사회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암적인 행위”라며 “확증편향에 빠진 일부 극단적 세력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결국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선거 제도 등 근본을 흔드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