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에서 최초의 여성 완주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클리 마라톤은 마라톤 42.195km 풀코스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로 나침반 등 어떤 장비도 없이 산길이 대부분인 160km를 60시간 안에 완주해야 한다.
재스민 패리스 씨가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참가해 달리고 있는 모습. UTMB 홈페이지 캡처.
#2.
김규만 굿모닝한의원 원장(66)은 1986년 처음 산악자전거(MTB)를 접한 뒤 4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그는 1994년부터 티베트 고대 왕국인 라다크를 MTB 타고 3회나 횡단과 종단을 시도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발 3000~5000m 고개에 수없이 좌절했지만 약 800km를 달렸다. 이후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1800km도 종단했다.
김규만 굿모닝한의원 원장이 MTB를 타고 산을 달리고 있다. 김규만 원장 제공.
#3.
마케팅 전문가 김지원 씨(39)는 지난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한 뒤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입상했다. 지난해 4월 성남누비길 40km에서 5위(6시간12분), 6월 거제 100K 50km에서 4위(8시간5분), 9월 금수산 21km에서 3위(3시간52분)를 차지했다. 10년 넘게 사이클을 탔던 그는 “유럽의 알프스 산맥 170km를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김지원 씨가 서울 도림천 옆 오솔길을 질주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최근 국내에서도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비롯해 사막 250km를 6박7일간 달리는 세계 4대 마라톤(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남극마라톤), UTMB, 그리고 50km 100km 트레일러닝 등에 참가자들이 몰리고 있다. 오래전부터 극한의 대명사인 철인3종 철인코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서도 이런 극한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많이 썼다. 그들은 “그냥 좋아서” “극한을 넘어서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고 했다.
도대체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왜 하는 것일까? 스포츠 심리학자인 김병준 인하대 교수에게 물었다. 김 교수는 “최고 난이도의 인간 수행력을 보여주는 도전이다. 이런 도전은 하루아침에 도전하거나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의지가 필요하다. 심리학적으로 네 가지 정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 김 교수가 프로축구 FC서울 심리 상담을 했을 때 모습. 김병준 교수 제공.
박세흠 씨가 경기도 성남 탄천을 달리고 있다. 2008년 철인3종에 입문한 그는 미국 등 해외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에 도 출전하고 있다. 그는 “철인3종은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완주하기 힘들다. 어느 순간 철인3종은 내 삶의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네 번째는 그릿(Grit) 성격. 그릿은 성공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끈기 있는 태도”를 말한다. 김 교수는 “최고난이도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성격적으로 그릿 소유자일 것이다. 회복 탄력성, 내적 동기, 끈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수행의 영역이다. 한 번 마음 먹으면 몇 번 좌절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탁월한 성취를 해내는 성격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규만 원장은 “고통이 극에 달하면 희열이 된다”고 했고, 김지원 씨는 “고통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고 했다. 이들이 극한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