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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몰린 애플, 中과 협력 강화… “기술 탈취 ‘독사과’ 될 것” 우려

입력 | 2024-04-01 03:00:00

美-EU 규제에 中 판매 부진 겹쳐
中연구소 확장-공급망 협력 등 나서
“中 애국 소비 기조에 투자효과 적고
美 기술 빼내 기술패권 빼앗길 위험”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한다. 애플은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다.”

지난달 25일 ‘중국판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규제로 사면초가에 몰린 애플이 중국 시장 점유율마저 떨어지자 적극 구애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중국발 기술 탈취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애플이 중국이라는 ‘독사과’를 베어 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中에 전방위적 구애 나선 애플

애플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중국과의 ‘두뇌협력’이다. 지난달 12일 애플은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기존 연구소를 확장하는 동시에 연말까지 선전에 새로운 연구소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최근 5년 내 중국 내 연구개발팀의 규모를 두 배로 늘렸고, 해당 팀이 ‘인물사진’ 같은 주요 기능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애플이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분야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애플 장학생’에서 올해 선발된 21명 중 11명이 중국인이었다.

미중 갈등으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공급망 활용을 주저하는 상황에서도 애플은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차기 보급형 모델 ‘아이폰 SE4’에 중국 BOE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 판매되는 자사 제품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두의 AI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애플의 행보는 최근 EU의 조 단위 과징금에 미국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까지 규제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서조차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자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中과 연계, 기업을 함정에 빠뜨릴 위험”

하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 내 ‘애국소비’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애플의 대중국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미국 투자자문사 롱뷰 글로벌의 듀어드릭 맥닐 선임 정책분석가는 미 CNBC에 올린 논평에서 “중국에 대한 팀 쿡의 노력은 장기적으로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과의 전략적 연계는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기술 분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기업을 ‘함정’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타, 구글 등 빅테크가 중국 내 규제로 철수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미중) 치열한 양자경쟁, 지정학적 긴장의 시대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CEO는 수익 감소를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탈취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달 6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전 구글 엔지니어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구글 본사에서 500개 이상의 AI 관련 기밀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체포됐다. 2월 미 캘리포니아주 지방법원은 중국 출신의 전직 애플 엔지니어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25페이지 분량의 자율주행 관련 사내 문서를 훔쳐 중국으로 달아난 혐의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은 애플과 중국의 협력에 대해 “(미 정부에서) 기술 탈취뿐 아니라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이용해 기술 패권을 쥘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미 정부가 보안상의 문제는 없는지 자세히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