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사이 가장 강력한 공격 군인 등 43명 사망… 민간인 희생” 레바논 국경 유엔 감시관도 부상 이 지도부, 헤즈볼라와 확전 불사…백악관 “레바논서 전쟁 지지 안해”
불길 치솟는 시리아… “최소 43명 숨져”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새벽 이스라엘이 알레포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헤즈볼라 창고를 겨냥하면서 헤즈볼라 대원 6명뿐 아니라 시리아정부군 36명 등 최소 4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알레포=신화 뉴시스
국제사회에서 휴전 압박을 받아 온 이스라엘이 되레 친(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공격을 이유로 시리아와 레바논 본토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강력한 공습”이라는 평가 속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최대 우방인 미국까지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에 대해 반대하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침공설’ 등을 제기하며 전쟁을 지속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리아 등을 공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헤즈볼라와 전면전으로 번지게 되면 이란까지 나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해당 공습을 지지하지 않으며, 이란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 민간인, 유엔 감시관까지 희생
이번 공습은 국경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들인 본토를 노렸다는 점에서 이전의 공격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공습을 앞둔 3월 27일 헤즈볼라가 무장조직을 동원해 자국을 침공하려 했다는 주장을 펴며 “레바논 심층부가 전쟁 구역이 되고 있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습 뒤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인 알리 나임 로켓·미사일 부대장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공습을 받아 폭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 대원 6명과 시리아 군인 36명, 친이란 무장대원 1명 등 최소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SOHR은 “최근 3년간 있었던 이스라엘 공격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며 “민간인도 다수 희생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접한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3월 30일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에 따르면 ‘블루라인(Blue Line)’을 따라 순찰하던 유엔 정전감시기구(UNTSO) 군사 감시관 3명과 통역 보조원 1명이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블루라인은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종식을 위해 유엔이 채택한 120km 길이의 휴전 감시 경계선이다. 레바논 현지 매체들은 이날 폭발이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부인하고 나섰다.
● “이스라엘, 헤즈볼라 전면전 고려”
헤즈볼라가 수세에 몰릴 경우 이란은 지역 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그냥 두고볼 리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확전을 위해 노골적이고 필사적인 시도를 벌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미국도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3월 30일 “레바논에서 이뤄지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군사적 방식으로 이란 정권과 충돌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도부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달리 이미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강경파는 “헤즈볼라에 전쟁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레바논, 시리아는 물론 더 먼 곳이라도 헤즈볼라를 추적해 공격할 것”이라며 확전 의지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군사전문가 로넨 솔로몬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스라엘은 이미 헤즈볼라와의 전쟁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