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통합관리사-경찰 협업 초기상담-복지 연계-의료비 지원 지난해만 1만4680명에 제공 道 “올해 3개 시군 추가 선정”
경기 부천시에 사는 20대 이모 씨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계속 때리고 언어폭력을 한다’며 112에 4번이나 신고했다. 이 씨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어머니는 이 씨가 초등학생 때 이혼한 뒤 가정을 떠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씨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동의를 받은 다음 경기도가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 경찰과 함께 운영하는 ‘가정폭력·성폭력 공동대응팀’(가칭)에 사건을 접수시켰다. 공동대응팀은 즉시 이 씨를 상담한 뒤 의료·주거 지원에 나섰다. 부천시 관계자는 “이 씨는 아버지와 즉시 분리됐고 쉼터에서 생활하며 재취업을 위해 교육을 받는다”며 “이 씨와 아버지의 안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정폭력·성폭력 공동대응팀 11곳 확대 운영
공동대응팀은 시군이 채용한 상담사와 통합사례관리사, 경찰이 파견한 학대예방경찰관(APO) 등 최소 3명 이상으로 구성하고 각 지자체가 마련한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한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2021년 11월 경기남부·북부경찰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동안 지자체와 경찰이 피해자에게 개별 대응을 했는데 후속 관리에 한계가 있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찰과 지자체가 공동대응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공동대응팀은 2022년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 3773명에게 심리상담 등 7149건, 지난해는 1만4680명에게 2만6964건을 지원했다. 김영수 상담사(45)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궁극적으로 피해 가정의 학대가 재발하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가정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동대응팀 명칭 공모전 실시
경기도에 따르면 공동대응팀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들은 서비스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경기도가 최근 공동대응팀에 방문한 피해자 224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지원에 만족한다’는 대답이 92%에 달했고, 96%는 ‘다른 피해자들도 공동대응팀을 알고 지원받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경기도는 올해까지 공동대응팀을 11곳으로 늘리고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20개 시군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사업 현장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애 경기도 여성폭력예방팀장은 “피해자들에게 우리 공동대응팀이 직접적인 지원과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