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당직 다음날 낮근무 안해” 야간-휴일진료 줄면 환자들 큰 불편
정부의 의대 증원과 파업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행정조치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1일부터 외래 축소 등 근무시간 단축에 돌입한다.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진료’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대형병원 의료 공백에 이어 동네 의원까지 진료를 단축하면 환자들의 불편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진료를 시작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의들이 야간이나 휴일 진료를 줄이면 주로 이 시간에 소아과를 찾는 맞벌이 부부 등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앞서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4월부터 근무시간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 날 주간 근무를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데 동의했다”며 “중증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진료 축소는 의료진의 피로 누적으로 인해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근무 축소를 놓고 병원 경영진과 교수들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전공의 병원 이탈 후 하루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병원들은 수술실을 더 운영하고, 외래 진료도 줄이지 말아 달라고 남은 의료진에게 요구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병원 진료 축소에 대비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는 등 강화된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의협 비대위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을 정책분과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당초 비대위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였던 임현택 당선인은 인수위원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공의, 의대 교수를 아우르는 의료계 단일 대화 창구를 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의료계에선 “총선 낙선 운동” 등을 외쳐 온 임 당선인이 비대위 전면에 나설 경우 정부와의 대화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