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피아니스트 트리포노프 내한 다섯살에 입문해 일곱살 첫 공연 2018년 그래미 독주앨범상 수상
1년 만에 내한해 1, 2일 리사이틀을 여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그는 “한국 관객은 음악에 대한 수용력이 뛰어난 매력적인 청중”이라고 말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Dario Acosta
2015년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린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들의 저녁식사 자리.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뤄지던 가운데 한 미국 명문 음악원장이 “그는 진정한 천재야(He is real genius)”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좌중이 조용해지더니 모두가 머리를 끄덕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얘기가 아니었다. 당시 24세였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를 말한 것이었다. 그보다 세 살이 적은 조성진이 그해 쇼팽 콩쿠르 우승의 낭보를 전해오기 일곱 달 전이었다.
지난해 2월 9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티켓 오픈 1시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트리포노프가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뚜렷하게 나뉘는 프로그램에 눈길이 간다. 1일은 알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로 시작해 프로코피예프, 버르토크, 코플런드, 메시앙,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애덤스, 코릴리아노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곡을 연대순으로 배치했다. 2일 리사이틀에선 18세기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작품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소나타 12번, 멘델스존 ‘엄격 변주곡’, 베토벤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
공연 날짜에 임박해 답신이 도착한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리포노프는 20세기 음악만으로 짠 1일 프로그램에 대해 “그동안 20세기 작품을 연주할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이 시기의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 세기 동안 여러 작곡가들이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을 들여다보았다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충고의 말도 전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콩쿠르를 통해 연주자는 의지력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레퍼토리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죠. 하지만 콩쿠르 자체가 일상이 되고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면 배우는 것이 없을 겁니다.” 실황 공연과 음반 녹음에 임하는 차이를 묻는 질문에 그는 “두 요소를 결합하는 게 좋다. 다른 쪽 연주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는 말로 답을 마쳤다.
트리포노프는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일곱 살에 첫 리사이틀을 열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년 뒤 도이체 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폭넓은 레퍼토리를 녹음해 왔다. 2016년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상, 2018년 그래미상 독주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1일 공연 5만∼12만 원, 2일 공연 5만∼1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