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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없어요” 변비약·항생제 등 필수 의약품 품귀…환자들 ‘발동동’

입력 | 2024-04-01 14:24:00

서울 종로구 약국거리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2023.9.18/뉴스1


“하루이틀 일이 아니죠. 몇 개월째 약이 없어서 못 팔아요.”

1일 오전 광주 서구 마륵동의 한 약국에서 만난 약사 A 씨는 ‘의약품 품귀현상’을 토로했다.

이 약국은 소아청소년과와 내과, 재활의학과, 치과 등 병원 건물 1층에 위치해 있다.

하루에도 100여 명의 환자들이 약국을 찾지만 때때로 약이 없어 조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약품 품귀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약국에서 주로 취급하는 약품 중에는 변비약(듀파락·듀락칸)과 항생제(목시클), 설사약(스타빈), 이뇨제(알닥톤) 등이 품절 상태다.

처음에는 대체약으로 처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부족하고, 또 대체약이 없는 품목도 동나고 있어 문제다.

약사 A 씨는 “매일 도매상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확인해도 품절 약이 많아 공급을 못한다는 답변 뿐”이라면서 “이것마저도 가장 심하게 안 들어오는 약들 몇 개를 예시로 든 것 뿐이지 모든 약들의 공급량이 대체적으로 줄어든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약사회 차원에서 약품 공급회사와 조율을 해 미리 약품을 신청한 약국에 대해서는 일부 품목을 1개월에 1 박스 배포하는 방식으로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며 “그 외에는 약 구경을 못한지 오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품귀현상이 발생한 것이 한참 전인데 아직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못하고 있다”며 “약이 없으면 결국 고통받는 것은 환자다. 약사회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변비약을 장기 복용하고 있는 70대 환자 B 씨는 “정기적으로 서울에 있는 큰 대학병원에 진료를 보러 다니는데 변비약의 경우 전국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처방전을 들고 서울에 있는 병원부터 광주 집 앞 병원까지 한참 돌아다녀서 겨우 받는다”며 “듀파락의 대체가 듀락칸인데, 듀락칸도 없다고 하니 어느 순간 약을 못받게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의약품 품귀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량이 불안정해지면서 전세계의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기준으로 약 10%에 불과하다. 원료 대부분을 중국이나 인도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코로나19 이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2년 넘게 이어지는 품절문제가 악화되는 현상을 가늠하기 위해 지난달 7일부터 매주 ‘이주의 품절약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체가능한 약제가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약품의 경우 필요시 희귀필수의약품 센터을 통해 해외의약품을 구입하거나 제일제약의 수출용 의약품을 긴급사용해야한다’고 명시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