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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시장에 야당 이마모을루 재선 성공…‘에르도안 대항마’로 급부상

입력 | 2024-04-01 15:56:00


지난달 31일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투표를 마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X(옛 트위터)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53)이 재선에 성공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이스탄불에서 다시 한 번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꺾으면서 차기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도전할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마모을루 시장은 개표율 90% 기준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며 AKP 소속 무라트 쿠룸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이스탄불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탈환하고자 했지만 결국 한 번 더 야당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일 새벽 시청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이스탄불은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스탄불은 그 일을 끝냈다”며 “아침이면 우리는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건설업을 운영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이스탄불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가업에 몸을 담던 이마모을루 시장은 2008년 CHP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이스탄불 베일릭두주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슬람 수니파지만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건 2019년 3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 때였다. 당시 이마모을루는 AKP의 2인자였던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와 맞붙었다. 결과는 0.2%포인트 앞선 이마모을루의 승리였다. AKP는 이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를 무효화했다. 하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은 그해 6월 치러진 재선거에서도 8%포인트 앞서며 더 큰 승리를 거뒀다. 1994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스탄불 시장 당선 이후 AKP가 25년간 석권했던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재선 승리로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만 AKP를 사실상 세 번 꺾은 정치인이 됐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견제를 받기도 했다.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를 무효화한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바보들(idiots)”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법원은 공무원 모욕죄를 적용해 징역 2년 7개월형을 선고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즉시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은 아직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항소법원 결정에 따라 향후 이마모을루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걷는 길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 명 다 흑해 동부 지역 출신이며, 젊은 시절 축구 선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이스탄불 시장을 지내며 전국적인 정치인이 됐고, 법원 판결로 정치적 견제를 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시절인 1997년 연설한 내용이 종교적 선동을 한다며 징역 10개월 형을 받은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시절 이마모을루 시장이 당시 운영하던 미트볼 식당에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마모을루 시장은 “그가 시장으로 취임한 첫 달에 그는 우리 식당에서 미트볼을 먹었다”며 “나는 그의 돈을 받지 않았고, 그가 살아있는 한 그 청구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마모을루 시장의 차기 대통령직 도전이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메트로폴의 오제르 센카 대표는 “(이번 선거가) 어떤 식으로든 취소되지 않는다면 2028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