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함평군-화순군 등 지자체 결혼이주여성을 공무원으로 채용 민원해결 돕고 취업-통역 지원 병원 진료 동행하고 위기가구 발굴
1일 전남 함평군청에서 열린 임용식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결혼이주여성들이 임용장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함평군 제공
다문화 지원 정책의 효율성과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결혼이주여성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이주여성 공무원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올 1월 현재 전남에는 다문화가정 1만5666가구에 5만1131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 39만9396가구, 115만1004명의 4.5%를 차지해 7번째로 많다.
최근 전남 함평군이 효율적인 다문화 정책 시행을 위해 결혼이주여성 3명을 9급 상당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1일 임명장을 받고 첫 출근을 한 중국 출신 장해정(42), 베트남 출신 이유미(34),필리핀 출신 조아나 씨(43)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군청 가족행복과에서 각자 장점을 살려 다문화가정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지역 다문화 가족의 취업·창업 알선을 비롯해 각종 행정 정보를 제공하고 민원, 통역 등 애로 사항을 상담한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자국민이 군청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외국인 이주여성들에게 큰 위안과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1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을 지방임기제 7급 상당 공무원으로 공개 채용했다. 인구청년이민국 다문화지원팀에서 일하는 정민정 씨(29)는 모국어 상담사 지원과 결혼이주여성 산모도우미 운영 등 다문화 여성의 현지 정착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베트남 남부 까마우성 출신인 정 씨는 201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2018년 귀화했다. 1남 1녀를 둔 정 씨는 보성군 가족센터에서 5년간 베트남어 통·번역 지원 업무 등을 하며 경력을 쌓았다. 정 씨는 “3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이제 업무를 조금 알 것 같다”며 “이달부터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맡은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한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군 다문화팀 임기제 공무원인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마리벨 씨(오른쪽)가 이주여성의 출입국 서류 작성을 돕고 있다. 화순군 제공
팀원들은 화순에 사는 외국인에게 수호천사나 다름없다. 한국어가 서투른 이주 여성·노동자들은 군청과 읍사무소 등 관공서 방문이나 병원 진료를 가장 어려워한다고 한다. 이때 팀원들이 동행해서 일 처리를 돕는다. 해당 국가 출신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혼장려금 등 정부와 군의 각종 지원 정책을 번역해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위기가구를 찾아내 긴급 지원 서비스를 받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임기가 1년인 팀원들은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1월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최만용 화순군 다문화팀장은 “통역, 은행, 보육 등 현장을 찾아가 돕고 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며 “수출 관련 업무협약이나 ‘화순 난 명품 박람회’ 등 국제 행사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