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져 갈 것 같다. 러시아는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기회에 연일 최대한 엄포를 놓고 있다. 우리는 분노했고,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선포함으로써 서방세계가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 휴전이나 항복을 설득하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1950∼60년대 냉전의 대립이 극에 달했을 때, 흐루쇼프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서방세계의 약점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의 이익이 걸리거나 시민들 사이에 불안, 공포, 경제적 손실에 대한 아까움이 번져 간다면 서방 정부는 양보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이 사건들을 기억하는 세대도 적겠지만, 베를린 장벽 설치, 헝가리, 폴란드 민주 시위에 대한 진압, 쿠바 미사일 위기 등 소련이 서방세계와 충돌했던 사건에서 그들이 배짱 좋게 나갔던 데는 서방세계에 대한 이런 전략적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성공을 거두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 전략은 꽤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은 예상보다 빨리 공황에 빠졌고, 유럽은 예상보다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 몇 개 국가가 전열에서 이탈해서 만장일치제인 나토에 기능 장애를 선물하긴 했지만 말이다. 러시아는 작년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을 좌절시키고, 공세로 돌아섰지만, 기대한 만큼 전진하지도 못하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비정하고, 정치인들은 더 비정하고, 독재자는 비정의 끝을 알 수 없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