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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장관석]조국이 쏘아올린 영화 같은 총선… 벼랑 끝서 “尹 탄핵”을 외치다

입력 | 2024-04-01 23:42:00

장관석 정치부 차장


2019년 ‘조국 사태’로 스타일을 구겼던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요즘 시민들 환호에 가슴 벅찬 듯 사투리로 “느그들 쫄았제”라고 외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검찰을 쪼그라뜨린 ‘기소청’ 전환이 핵심 공약이다.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세력은 서초동 1차 전투에 이어 여의도에서 2차 전투를 예고하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느그 이럴 기제’라며 씩씩거린 다음 하정우를 데려와 더 큰 싸움을 시작했듯 말이다.

2019년 조국 일가 수사에 연이은 유재수 감찰무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는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의 선제공격과도 같다. 권력 지형에 강력한 균열을 일으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언급한 친문의 페르소나, 조 대표 인생이 격랑에 빠졌다. 혹자는 이를 검찰총장의 ‘연성 쿠데타’로 보고, 다른 누군가는 이런 시각을 “망상”이라 일축한다.

2심 유죄로 끝나는 듯했던 전투는 새 국면을 맞았다. 그가 “3년은 너무 길다”며 당을 차리면서부터다. 현 여권의 총선 구상에 없던 변수다. 제1야당에도 유의미한 지지율이다. 게다가 부산 경남의 대표 소주 3개를 나란히 세운 사진을 올려 대선 레이스를 암시하고, 헬스장에선 근육을 뽐내던 그다. 그는 ‘비법률적 명예회복’이라는 개인의 목표와 정권 교체라는 야권의 과제를 뒤섞어버렸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박해자’ 구도 속에 대중적 지지를 받았듯, 거꾸로 집권자인 윤 대통령을 향한 반감이 조 대표에 대한 언더도그 효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검찰 개혁을 주창하는 조국 민정수석 시절 검찰 특수부가 최대 전성기를 구가한 것은 아이러니다. 당시 발표된 수사권 조정 정부안은 검찰의 특별 수사 기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2019년 가을, A4용지에는 서울중앙지검 직제표상 특수부는 글자 크기를 최소화해야 겨우 검사들 이름을 담을 수 있었다. 보수 진영에 대한 혹독한 적폐 수사에 대한 보답으로 해석됐다. 검찰 개혁을 외치더니 정작 검찰을 이용하고, 칼날이 자신을 향하니 태도가 바뀌었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유다.

조 대표 유죄 확정 시 복역 2년과 피선거권이 제한된다고 해서 이번 현상의 의미를 축소하기 어려운 것은 이 다툼이 조국 개인이 아닌 ‘세력 대 세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 총장 징계 국면 때 등장한 박은정 전 검사를 비롯해 이성윤, 신성식 등 낯익은 조연이 여러 명이다. 다단계 수사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던 남편 이름도 어른거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총선 구도로 내걸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게 수사권이 없다는 점이 전과 다르고, 2심 유죄의 조 대표는 HP(체력)가 부족하다. 사법부가 언제 판결을 내릴지는 사실 미지수다.

구원(舊怨) 가득한 이들은 총선 후 여의도 정치판 한가운데서 2차 전투를 예고하고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둔 인사의 창당과 원내 입성 유력, 이에 대한 환호. 권력 투쟁을 넘어 폭력 현장의 사생결단 느낌마저 주는 양 세력의 극렬 대립은 국민에게 다행일까 불행일까. 극장 영화 관람객 수가 감소한 것은 꼭 팬데믹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 정치판의 극단적 상상력을 영화판이 따라가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